[중앙뉴스=신주영 기자]최근 보험·증권업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에 전방위로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아직 별다른 구조조정 움직임이 없는 은행과 카드업계에도 소비 위축 등의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감원이 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합병을 앞둔 우리아비바생명은 내달 11일까지 전체 인력(340여명)의 30% 선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하고, 전날 노동조합에 이런 회사 방침을 전달했다.

사측은 근속연수 15년차 이상의 직원에게 18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5년차 이상은 12월치, 5년차 미만은 2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합병을 앞둔 농협생명과의 업무 중복을 피하고, 최근 악화한 경영실적을 타개하겠다는 게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이 내달 12일 농협의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아비바생명은 늦어도 내달 11일까지는 희망퇴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우리아비바생명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희망퇴직 제안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면서 "오늘 노조 총회 및 직원 결의대회에서 희망퇴직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우리아비바생명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경영진단을 의뢰했으며, 농협은 PMI(기업인수 후 조직통합) 추진단이 관련 업무 마무리 단계다.

우리투자증권도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400명가량을 감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근무 경력 20년 이상 부장에게 월급 24개월치와 생활안정자금 등 최대 2억5천만원, 부부장과 차장급은 2억3천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보험·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방위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생명보험업계 이른바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저금리 환경의 고착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 삼성증권까지 희망퇴직과 지점 축소에 나섰고, 대신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현대증권 등도 지점을 통폐합하거나 폐쇄했다.

특히 증권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 올해 줄어드는 임직원 수가 1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들어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은행권으로도 구조조정 여파가 번지는 양상이다.

저성장 기조와 소비위축,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은행과 카드사도 인력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담당 수석연구위원은 "저성장과 소비 위축 등의 상황에 따라 은행과 카드사에도 언제든지 구조조정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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