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 기자]금융감독원이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분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수뇌부의 계좌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리베이트설이 퍼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융소비자원은 28일 KB금융 및 은행 수뇌부 모두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 검사에 착수한 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위원,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계좌 조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관련법에 따라 검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은행 등에 요청해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과 은행 수뇌부의 계좌를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국민은행 사태를 법규에 따라 엄정하고 관용없이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KB 사태가 2주째 접어들었으나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치면서 강력한 검사를 주문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B금융 관련 특검 과정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 그리고 사외이사들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감사위원의 은행 계좌도 리베이트 의혹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는 것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중인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으나 국민은행 사태와 관련해 리베이트 의혹을 포함해 모든 걸 이번 특검에서 보고 있다"고 말해 계좌조회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현행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주 전산기 교체 방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후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달 19일 이사회에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거부되자 금감원에 특검을 요청했다.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실제 업체와 계약하지 않아 리베이트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지만 수많은 의혹이 난무함에 따라 금감원이 급기야 KB 수뇌부의 계좌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으나 사외이사들과 이행장 및 정 감사 사이에 입장 차이가 여전해 30일 이사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감사가 협의 없이 금감원 특검을 요청함으로써 내부갈등을 외부로 표출하고 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B 내부에서는 정병기 감사가 월권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정 감사가 정해진 업무를 충실하게 했을 뿐이며 KB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4일 금융사 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법·부당 행위의 조직직·반복적 발생 등 감사가 미흡한 경우 감사 등 내부통제자에 대해서도 행위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중징계하기로 했다.

정병기 감사가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향후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미리 금융당국에 알린 것은 적절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최근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배임 혐의가 짙다며 28일 검찰에 정식으로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 정병기 감사, 박지우 부행장, 윤웅원 상무, 김중웅 등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 전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거에도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바뀔 때마다 각종 이권 사업을 벌여 리베이트 논란이 일었다"면서 "KB금융 사태는 이대로 볼 수 없어 관련자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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