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 기자]삼성그룹이 3세 승계작업에 속도를 냄에 따라 우리나라 재계의 양대산맥인 현대차그룹의 승계작업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38년생인 정몽구 회장은 1남3녀를 두고 있어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그룹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주요 3개 계열사 중 지분을 보유한 곳은 기아차(1.75%) 정도다. 현대글로비스(31.88%)와 이노션(40.00%), 현대위스코(57.87%)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당장은 큰 연관이 없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순환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경영권에 위협받지 않을 만큼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인 셈이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를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5조∼7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경영 승계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와 같은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삼성에버랜드 상장 소식에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 등이 그룹 지배권의 근간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구조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정 부회장이 가장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비상장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해 지난 4월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새 합병법인 현대엔지니어링의 1대 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며, 2대 주주는 11.7%를 보유한 정 부회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삼성그룹의 전례처럼,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가 극대화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노션 지분 40%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정몽구 회장도 이노션 지분 20%를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
현대차 총수 일가 가운데 이노션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정 부회장의 첫째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뿐이다.

지난달 12일에는 셋째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보유하던 현대차 보통주 3천125주와 우선주 298주를 모두 팔았다. 소량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가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즉 자동차 부문은 정 부회장이 맡고, 이노션은 정성이 고문, 현대커머셜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각각 정명이 고문과 정윤이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쪽으로 지분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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