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선거나 총선이 닥쳐오면 모든 언론은 일제히 ‘중간평가’부터 거론한다. 4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총선과 지방선거는 5년 임기의 대통령선거와는 연차(年差)가 맞지 않아 대부분 대통령 임기 중 맞이하지만 용케 같은 해에 실시되는 수가 있기는 하다.

금년 선거는 박근혜대통령 취임 후 1년 4개월 만에 실시되기 때문에 중간평가를 거론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다만 4월16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하는 통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얼어붙었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게 되었다.

이 사건은 한국의 현실이 얼마나 더러운 ‘짝패들의 세상’으로 전락해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모든 국민이 머릿속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과 지식인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나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무관심하거나 아예 무시해 버리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으로 끝내 왔던 것이 이번에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개조를 선언할 정도로 그 적폐는 뿌리 깊고 컸다. 이른바 ‘관피아’ 문제다. 관료와 마피아를 합성한 이 말은 처음 재무계통 등 경제 관료들을 일컬어 ‘모피아’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국피아, 군피아, 법피아, 세피아, 해피아 등 정부 부처의 이름마다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다. 높은 관직에 있었거나 낮은 관직이라도 맡았던 직책이 이권과 관련된 자리였으면 로펌에서 모셔가거나 회사, 협회 등 그를 매개로 한 로비스트로 고용하는 작당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들은 관행(慣行)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부정부패를 모의하는 공동정범 역할을 수시로 해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해수부와 해경 그리고 안전행정부 등이 치도곤을 맞고 있지만 이 문제가 대통령 혼자만의 선언으로 올바르게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입법의 큰 칼을 쥐고 있는 국회가 스스로의 이권을 모두 내려놓고 과감한 법률개정과 새로운 입법체계로 제도화하지 않고서는 어떤 처방도 통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런 염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의 패배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물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국민들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야당 역시 세월호 이외에는 특별한 공격꺼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통에 엇비슷한 득표 양상을 보여 국민들의 표심을 알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선거는 전국적으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교육감 투표지에는 아예 기호조차 정하지 않고 같은 선거구 내에서도 후보자 이름을 이쪽 다르고 저쪽 다르게 인쇄하여 한껏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16명이 갖고 있는 막강한 ‘교육감 권리’다. 어느 시도(市道)를 막론하고 5조원에서 10조원에 이르는 방대한 예산을 가지고 초중고 교원들의 인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교육감을 로또 추첨하는 식으로 이름과 경력만 겨우 찾아서 알아야 하는 직접선거의 방식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이념성향에 따라 자사고가 없어지기도 하고 정치관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병폐를 바로 잡는다는 기치를 내건 게 보수우익 진영이다. 그들은 진보진영이 내세운 단일화후보에 대항마로 보수후보 단일화를 꾀했으나 이를 추진하는 단체 스스로 특정후보를 내밀하게 정해 놓고 다른 후보를 사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는 결국 분열을 자초할 수밖에 없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가 치열한 토론과 이념대결을 일대일로 보여줘 국민의 판단을 떠오르는 해처럼 밝고 맑게 해주기를 바랐다. 이를 자체 핵분열로 무산시켜 보수후보의 난립을 자초한 일부 보수단일화 단체의 작태는 국민의 준엄한 지탄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남 탓만 하고 있어 더욱 커다란 조소를 받고 있다.

뉘우칠 줄 모르는 독선적인 사람들이기에 석고 대죄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만 비웃음을 받을 것 같다. 거꾸로 된 세상이라고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지 못하면 다음에도 똑같은 병폐가 계속될 것을 걱정하게 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