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금융사와 전·현직 임직원들이 전방위 소명을 통해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KB금융지주 본사.    

[중앙뉴스=신주영기자]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금융사와 전·현직 임직원들이 전방위 소명을 통해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각 사가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해 1주일 뒤에 원칙대로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전 징계통보 대상자가 200여명에 달하고 소명준비 시간 부족으로 '부실 제재' 가능성이 제기돼 일부에 대한 제재결정은 내달초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정보 유출 카드사 전현직 임직원으로부터 사전 징계통보에 대한 소명서를 받아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이를 토대로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사전 통보한 금융사들의 징계 수위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일 사전 징계 통보를 한 바 있다.

제재 대상에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와 현직 임원이 수십명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및 고객 정보 유출, 도쿄지점 비리와 관련한 해명 자료 제출에도 사전 통보한 중징계 수위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특별 검사를 통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대한 부실을 다수 적발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자신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심의가 끝나지 않아 언급할 수 없으나 나중에 징계 내역을 보면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KB금융이나 국민은행의 소명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중하게 제재하겠다"며 KB금융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금융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단일 기관으로는 징계 대상자가 가장 많은 KB금융은 소명에 가장 적극적이다.

임 회장을 비롯해 이 행장과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등 주요 임원진이 중징계를 통보받은 탓에 법률적 검토에 따른 철저한 소명으로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게 KB금융의 목표다.

임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 산하 전산담당책임자(CIO)가 은행의 경영협의회와 이사회 안건을 임의로 고쳤음에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과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이 징계 사유다.

이와 관련, 임 회장 측은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변경은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이므로 지주사 측에서 은행 결정에 관여하기 오히려 어려웠다고 소명했다.

고객 정보 유출 관련해서는 2011년 3월 국민카드 분사 과정에서 고객 정보 관리는 당시 최기의 카드사 설립기획단장이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진행해 당시 지주사 사장인 임 회장은 책임질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건호 행장 측은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감독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자진 신고한 자는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소명서에 강조했다.

최기의 국민카드 사장도 당시 정보 유출을 일으켰던 용역은 5억원 이하 계약으로 부장 전결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대규모 중징계 통보에 대한 근거가 석연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의 경우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특검을 벌이고 징계를 서두르면서 해당 임직원의 소명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측도 소명서를 제출하면서 소명준비 기한이 짧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재심의를 늦춰줄 것을 금감원에 공식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반발에도 가급적 이달 말 징계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까지 금융사고 관련한 제재를 마무리 짓고 하반기부터는 금융권 건전성 강화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처럼 제재심의위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 등 중징계 당사자들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제재가 보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징계대상중에 직접 소명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일 모두 제재는 힘들 수 있다. 징계에 대해 소명하겠다는데 심의위원 입장에서 안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심의 연기 여부는 소명서 받고 제재심의 전날까지 검토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