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여름철 필수 가전 제품으로 각광받는 제습기 시장이 고급화·대형화 추세로 제품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3∼4년 전만 해도 국내 출시되는 제습기는 20만∼30만원대 제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주력 제품의 가격이 40만∼60만원대로 높아졌다.

이는 판매되는 제품 용량이 전반적으로 커진 데다 각종 첨단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주요 가전업체 관계자는 "올해 새로 출시된 제습기 제품 가운데 15ℓ 이상 대용량 제품은 30% 정도지만, 가전 매장에서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판매액 기준 90% 이상이 15ℓ 이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5ℓ 미만의 중소형 제품이 55%, 15ℓ 이상 대용량은 45%로 절반씩 차지했었으나, 올 들어 대형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용량이 클수록 기본적인 제습 기능 이외에 제균, 스마트 등 추가되는 부가 기능이 늘어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이 된다.

이 같은 제습기의 고급화·대형화 경향은 기후 변화로 수요가 늘어나는 제습기를 성숙기로 접어든 가전산업의 블루오션으로 인식한 대기업들이 최근 사업을 강화하면서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처럼 제습기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 가격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제습기 사업에 뛰어든 국내 업체는 30여개에 달한다. 그 중 LG전자, 삼성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위닉스, 코웨이, 쿠쿠, 신일 등이 시장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 선두인 위닉스는 1위 수성을 위해 올해 50종의 제습기 신제품을 내놨는데, 전 제품에 플라스마 웨이브 산소 음이온 발생 기능이 탑재됐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16ℓ 제품 가격이 40만원 후반대다.

선두 각축을 벌이는 LG전자는 고급 에어컨에 쓰이는 인버터(inverter) 컴프레서(압축기)와 실내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습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제습기를 내놨다. 15∼17ℓ 제품 가격은 50만원대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에어컨 브랜드 '휘센'을 제습기에도 사용하고, 처음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에어컨 모델인 김연아를 내세워 제습기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인터버 기능과 공기 중의 곰팡이나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하는 제균 기능을 탑재한 제습기를 내놨는데, 15ℓ 제품 가격이 60만원대다.

원조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는 건조해진 공기를 멀리까지 보내는 오토 스윙 기능을 추가한 제습기를 새로 출시했다. 일부 모델에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필터도 탑재했다. 16ℓ 제품 가격이 40만원 후반대다.

동부대우전자도 올해 제습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소비전력과 소음을 줄이고 자동제습 기능을 갖춘 제품의 가격은 15∼17ℓ가 40만원대다.

코웨이가 이달 출시한 실내 습도조절과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제습공기청정기의 판매 가격은 89만원이다.

올해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만대, 8천억원으로 지난해 130만대, 4천억원에 비해 2배로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습기 판매는 6월 말∼7월 초 장마철을 전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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