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국제가격 기준에 따라 적용 가능 관세율 크게 차이나
정부의 쌀 관세화(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쌀 시장을 개방했을 때 우리나라가 얼마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무수입물량(MMA) 이외 쌀 시장의 문을 걸어잠그고 있었지만, 정부가 관세화 즉 시장개방을 택하면 관세가 유일한 국내 쌀 시장의 방어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쌀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최대한 관세율을 높게 매기는 것이 좋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무작정 높게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300∼500% 사이에서 관세율을 WTO에 통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400% 대의 관세율 부과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350∼500% 사이에서 관세율을 설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400% 중초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관세율을 높게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400% 이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500%까지 설정해도 WTO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율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부속서에 명시돼 있듯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를 국제가격으로 나누는 간단한 식 '(국내가격-국제수입가격)/국제수입가격×100%'를 이용해 결정한다.

다만, UR 협상 당시인 1986∼1988년 가격들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어떤 자료를 쓰느냐에 따라 예상치가 달라진다. 국내가격이 높고 국제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관세율을 매길 수 있다.

400%대의 관세율은 국내가격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쌀 상·중·하품 가격의 평균값을, 국제가격으로 중국의 쌀 수입가격을 적용하면 나온다.

국내가격을 산정할 때 품질에 따른 가격 차를 적절히 반영하고 국제가격 산출시에는 당시 우리나라가 쌀 수입을 금지했던 만큼 중국 자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예측치 중 가장 높은 510%는 aT의 쌀 상(上)품가격을 국내가격으로 사용한 경우다. 다만 이 경우 국내가격 자료의 대표성 문제 때문에 WTO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제가격으로 중국 대신 일본의 수입가격을 쓰면 관세율은 350%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쌀 수입량이 일본보다 훨씬 많았을 뿐 아니라 일본은 양조용으로 쌀을 수입했던 만큼 중국 가격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미국이 요구하는 관세율 200%는 국내가격으로 쌀 하(下)품 자료를 쓰고, 국제가격은 당시 우리나라가 연구용 등으로 소량 수입했던 비싼 태국 쌀 가격을 사용해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유력하게 보고 있는 관세율 395%는 과거 조기관세화를 논의시 일본 수입가격을 이용해 도출했던 것으로 이번에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한 전문가는 "대만이 쌀 관세화를 했을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관세율을 설정한 후 4년6개월간 협상 끝에 관철했다"면서 "대만에서 시사점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애초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연 뒤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국회 공청회를 거쳐 다음 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관세율은 미리 공언하면 협상에 불리한 만큼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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