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윤지현 기자]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 모의평가 채점결과 영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물수능'에 따른 변별력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입시업체 전문가들은 일단 '쉬운 수능 영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서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아진 수학과 탐구 영역에 주목할 것을 충고했다.

▲ 수능 영어, 한문제만 틀려도 2등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발표한 6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보면 영어 영역의 만점자가 3만1천7명으로 전체 영어 응시인원의 5.37%에 달했다.

이 같은 만점자 비율은 사상 최대로, '물수능' 논란이 2012학년도 수능 당시 영어 만점자 비율(2.67%)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만점이 곧 영어 1등급 커트라인이 됐다. 한 문제 틀리면 2등급이 된다는 의미다.

입시업체인 하늘교육은 2등급 커트라인을 원점수 기준 97점으로 추정하고 2문제 이상 틀리면 3등급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쉬운 수능 영어'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빈칸 추론 문항을 줄이고 영어 지문의 길이와 추상도는 낮추다 보니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문턱을 통과한 학생이라면 다 맞힐 가능성이 앞으로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고민하겠지만 '쉬운 수능 영어'라는 기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월 모의평가나 실제 수능에서도 영어 만점자가 4% 이상 나올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만점자가 4% 미만일 경우 1등급 비율이 기준 비율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급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점자가 3% 정도 나오고 한 문제를 틀린 수험생이 4%가량이라고 한다면 1등급을 받는 학생이 7%로 너무 많아지게 된다.

만점자 비율이 1등급 기준 비율(4%)에 못 미치므로 차점자인 한 문제 틀린 수험생 4%까지 1등급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앞으로 영어가 쉽게 나오는 만큼 실수로 한 문제 틀려 1등급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영어가 쉽게 나온다고 소홀히 할 수 있으나 실수로 한두 문제 틀리면 자신이 원하는 등급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영어 점수가 최고점을 받더라도 영어의 변별력이 없어 영어 실력을 믿고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수시로 돌리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대입 영향력은 영어 이외의 수학과 탐구 과목으로 옮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이 지난해 수능 때보다 쉽게 출제됐으나 수학 A/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36점, 132점으로 영어(126점)보다 높았다.
 
탐구 영역에서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차이가 사회탐구 8점, 과학탐구 11점으로 지난해 모의평가 때보다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적지 않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시에서 탐구 영역을 최저학력기준에 포함하거나 정시에서 탐구의 비중을 높인 대학이 작년보다 늘어 탐구 영역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이사는 "사회탐구에서는 한국사, 경제, 세계지리, 과학탐구에서는 화학Ⅱ, 물리Ⅰ에서 특목고생과 재수생이 강세이므로 과목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과생이 주로 보는 국어 A형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국어 영역이 수준별 수능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이과생은 A형, 문과생은 B형을 응시해 A/B형 응시집단 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쉬운 A형이 B형보다 쉽게 출제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중하위권의 인문계 수험생이 A형보다 B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6월 모의평가 때 응시자 비율을 보면 국어 A형이 46.7%로 지난해 수능 때의 53.2%보다 6.5%포인트 준 반면 B형은 52.9%로 작년보다 6.2%포인트 늘기도 했다.

이영덕 소장은 "국어 A형은 자연계의 우수한 수험생들이 대부분 응시하기 때문에 한 문제를 실수로 틀려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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