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독거노인들의 기초연금

극빈층 노인들이 매달 20만원씩 지원한다는 기초연금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4일 노년유니온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기초연금 수급을 기다리는 빈곤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편지 3통을 공개했다.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독거노인들이 쓴 편지다.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끼 상소’를 올렸다. 이들은 "가난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 혜택을 받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도끼 상소란 조선시대에 목숨을 건다는 의미로 도끼를 앞에 두고 올렸던 상소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모 할아버지는 "대통령 선거 당시 매월 20만원씩 더 준다는 공약에 정말 기뻤다"며 "이를 믿고 대통령을 찍었는데 선거 이후 상황은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김모 할아버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인간답게 살고 더 나은 생활을 하도록 기초연금이라도 주시길 부탁한다"고 썼다. 또 "현재 수급비로는 밥만 먹고 잠만 자다 죽으라는 것"이라며 "이건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지 않느냐. 조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노인들은 한평생 경제발전과 나라를 위해 살았다. 비록 지금은 가난해졌지만 이렇게 내쳐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남겼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오모(72) 할머니도 "젊어서부터 어렵게 살았다"며 "이제는 늙어서 일도 못하고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우리를 생각해주신다면 수급비를 깎지 말아달라"고 애원에 가까운 말을 남겼다.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과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월소득 87만원 이하(1인 가구 기준)인 65세 노인에게 매달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국 40만명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여기서 배제되고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기초연금은 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중복급여'로 판정돼 기초생활보장 현금급여(생계·주거급여)가 그만큼 자동으로 삭감된다. 설상가상으로 기초연금을 포함한 총 소득액이 최저생계비(1인 60만원)를 넘으면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