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차기 총장 선출 과정에서의 내부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학내 교수협의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7년 만에 비상총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사회가 오는 14일 회의에서 총장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키로 약속하지 않으면 비상총회를 열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교수협은 성명에서 이사회에 후순위 후보를 뽑은 사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사회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자 비상총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총회가 열릴 경우 시기는 16일께가 될 전망이다. 전임교수 2천136명 중 20% 이상이 참여하면 되며, 위임장을 제출한 것도 참석으로 인정한다.

지난달 19일 이사회는 교직원과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2순위로 올린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선출해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1960년 구성된 서울대 교수협이 비상총회를 연다면 1987년 이후 27년 만이다.
1987년 비상총회는 1980년 5·17 계엄령 선포로 휴면상태로 들어갔던 교수협을 재건하려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내 문제로 비상총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총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한 교수협 회장단에 대한 재신임 투표와 이사회 전원 사퇴 요구 논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정재 교수협의회장은 "이사회나 총장 최종 후보자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비상총회가 불가피하다"며 "이사회 결과를 보고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인 평의원회도 총장 최종후보자에 대한 신임 투표와 평의원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던졌다.

정근식 평의원회 의장은 "오연천 총장 겸 이사장의 사과와 차후 총장 선출 과정에 교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이사회의 약속이 없으면 15일 본회의를 열어 성 교수를 선출한 이사회 결정을 인정할지를 묻는 투표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투표에서 불신임 의견이 다수이면 차기 총장은 교수들의 외면 속에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이날 인문대·사회대·자연대 평교수들은 교수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은 평가결과를 무시한 이사회의 결정은 대학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이사장과 이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단과대는 앞서 이런 주장에 뜻을 함께하는 교수들의 서명을 받았으며 인문대 교수 65명, 사회대 교수 40명, 자연대 교수 60명이 참여했다.

평의원회는 같은 날 오후 교수협, 인문·사회·자연대 교수 대표, 직원 대표,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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