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0주년, 보훈처 등 행사 잇따라
 
 
5·18 민주화운동이 30주년을 맞았다. 5·18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압과 불의에 항거한 의로운 시민들의 항쟁이었다. 30주년을 맞아 민주, 인권, 평화의 5·18 정신을 계승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유가족이 그날을 기억하는 듯 생각에 잠겨 있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유가족이 그날을 기억하는 듯 생각에 잠겨 있다.

1980년 5월 18일 0시,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다. 국민들의 민주주의 요구를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한 일부 정치군인들은 모든 정치활동 및 옥내외 시위 금지, 언론·출판·보도 및 방송의 사전검열, 대학 휴교령, 직장 이탈 및 태업·파업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헌법에 규정된 국회 통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계엄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한 채 벌인 불법조치였다.

전국이 폭력 앞에 침묵할 때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광주에서는 뜨거운 피와 눈물이 뿌려졌다. 계엄 해제와 민주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계엄군에 무참히 짓밟혔다. 2백56명이 목숨을 잃고, 77명이 행방불명됐으며 3천3백33명이 부상하는 등 총 5천1백98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계엄군의 무력진압으로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폭도로 몰려 감옥에 갇혔지만, 광주시민들의 의로운 항거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밑거름이 됐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은 4·19 민주혁명과 함께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임을 재확인한 사건이었다. 시민들은 교과서를 통해서는 몇십 년이 걸려도 깨닫지 못한 진정한 인권의식에 눈을 뜨게 됐으며 부당한 권력에는 저항권으로 맞서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깨달았다.

5·18기념재단 윤광장 이사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민주, 인권, 평화의 염원이 담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려 한 숭고한 민중항쟁이었다”며 “이제 그 뜻을 계승해 화해와 화합,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목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5·18 민주화운동이 어느덧 30주년을 맞았다. 5·18 유공자의 희생을 기리고 민주, 인권, 평화의 5·18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에서 열린다.

▲     © 신영수 기자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관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제3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5월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소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린다. ‘5월, 미래를 비추는 빛’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에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회원과 사회 각계 대표, 인터넷 참여희망 국민 등 약 2천5백명이 참석한다.

기념식에 앞서 5월 17일 오전 9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주관으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다.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쳐진다. 5월 19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뮤지컬 <화려한 휴가> 공연이 있고, 5월 22일에는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주관으로 ‘제8회 전국휘호대회’가 개최된다.

또 5월 27일 저녁 7시 30분 구(舊)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5·18구속부상자회 주관으로 기념식과 기념공연, 시민·민주유공자 한마당 등 부활제가 펼쳐진다. 5월 26~28일 전남대와 조선대에서는 5·18기념재단 주관으로 ‘5·18과 세계, 그리고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서 기념식…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행사 잇따라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는 5월 21~22일 광주 전역에서 ‘5·18 민주화운동 2세 사적지 순례’를 하고,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행사위원회는 5월 30일까지 구 전남도청, 5·18자유공원, 망월동 묘지, 주남마을 등을 돌아보는 ‘5·18 역사기행’을 연다.

5·18기념재단과 광주도시철도공사는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는 5·18 테마 지하철을 5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운행한다. 2007년부터 운행돼 올해 네 번째를 맞는 5·18 테마 지하철은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으라’는 주제로 열차를 5월 관련 문화예술 콘텐츠들로 꾸몄다.

4량으로 편성된 테마열차에는 각 열차마다 ‘80년 5월’과 관련된 소설, 시, 영화, 음악, 만화가 펼쳐져 젊은 세대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고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행사 기간에 전국에서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을 위해 주요 행사장을 경유하는 임시버스를 운행한다.




“민주화 정신 계승해야” 많아
‘5·18’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누리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5·18기념재단은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5·18 민주화운동이 인터넷상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관련 정보가 누리꾼 사이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5·18 온라인 구전조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5·18과 관련한 긍정적 메시지의 비율은 42.1퍼센트로, 민주화운동으로서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 많았다. 또 5·18 바로알기 정보 제공, 5·18재단 및 단체 활동, 기념행사와 관련한 글 등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중립적 글은 36.5퍼센트였다.

하지만 5·18이 북한의 개입에 의해 일어났다는 등의 부정적인 글도 18.4퍼센트나 됐다. 부정적인 글을 분석한 결과 이 글들은 특정 카페 몇 곳에 집중적으로 게시돼 있고, 퍼나르기 등을 통해 그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18기념재단 이기봉 총무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5·18에 대한 부정적인 글은 많지 않고 영향력도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5·18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을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또 “누리꾼 및 온라인 파워블로거, 트위터 사용자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벌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적이고 공익적인 메시지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구전조사 전문기관인 (주)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24일까지 이뤄졌으며, 2006년 1월 1일부터 올해 4월 7일까지 인터넷에 게시된 글을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의 지식iN, 카페, 블로그, 아고라 등에서 ‘5·18’ ‘광주항쟁’ ‘광주사태’ 등을 키워드로 전체 3만 포스트를 수집한 후 중복 및 유효하지 않은 글을 없애고 총 4천4백36개의 포스트와 5천55개의 메시지를 유효 표본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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