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 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인 25일 한 유권자가 대전 대덕구 오정동사무소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고 있다.     ©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7·30 재·보궐선거 접전 지역인 서울 동작을과 수원병·정에서 막판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그러나 양당 지도부가 '당대당(黨對黨) 연대'를 부인(否認)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나흘 남은 선거전에서 어떻게 연대 효과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선거 연대 비판론이 공론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새누리당은 25일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연쇄 후보단일화를 7·30 재·보선의 막판 최대변수로 보고 '막장 드라마', '후보 나눠먹기'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시너지효과 차단에 나섰다.

후보단일화의 부정적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 보수층 집결은 물론 야권 지지층의 분열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특히 과거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새삼 거론,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 서울 동작을, 수원 병(팔달)·정(영통) 후보단일화의 부정적 이미지 부각에 주력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김제식 (서산·태안) 후보 지원을 위해 충남 서산시 대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서 "국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면서 "선거승리만을 위한 정략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가 정의당 노회찬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한 서 울 동작을에서 "소위 '3단계 사퇴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면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후보단일화를 종북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까지 연결하는 전략을 꾀했다.

윤 사무총장은 "동작을에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노동당 후보(김종철) 지지선언을 하고 사퇴했다"면서 "이제 조만간 김종철 후보는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고 사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를 '3단계 사퇴 시나리오'라고 규정하고, "이렇게 되면 노회찬 후보야말로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과의 중계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해 "꼼수 각본에 의한 막장드라마이자 야합정치의 끝판", "후보 나눠먹기"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은 부정한 세력들의 연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과거 민주당의 도움으로 국회에 진출한 통합진보당의 핵심 이석기 피고인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아직도 재판 중이며, 그 세력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활동 중"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제는 이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야권연대를 통해 국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라면서 "야권연대의 나눠먹기식 작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태"라면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의 후보단일화를 겨냥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권후보 단일화도 한두 번 해야지…"라면서 비판하고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렸다.

동작을 나경원 후보는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이 수원을 건지기 위해 동작구민을 버렸다"면서 "야권은 그들끼리 연대했지만 저 나경원은 동작주민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지금 동작을에 필요한 사람은 '말만 잘하는 입심'이 아니라 동작주민을 위해 묵묵히 일할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선거판이 벌어지자 야당의 선거꾼들이 임시사무실을 개설해 선거판을 뒤흔들다가 한몫 챙기고 '먹튀'하니 이는 '떴다방'을 베낀 것"이라면서 "저급한 부동산 투기꾼들의 수법을 도용하는 새정치연합은 상습적인 선거용투기당으로 전략했다"고 비판했다.

野 '수도권 반전' 기대…단일화효과 극대화 부심

야권이 사전투표 직전 서울과 수원 2곳 등 수도권 3곳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후보 단일화를 발판으로 7·30 재·보선에서 대반전을 이뤄내기 위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부심하고 있다.

여야간 일대일 구도 구축에 성공, 패색이 짙었던 수도권 선거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당차원의 연대는 없다'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공언에도 불구, 결국 벼락치기식 '나눠먹기 빅딜'의 모양새로 귀결된데다 최대 격전지 서울 동작을(乙)에서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 핵심인사는 25일 "야권 지지층을 결집, 투표장으로 견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김포, 평택을 등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수도권 지역까지 바람이 확산하면서 파괴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야권은 '반(反) 새누리당 및 박근혜정부 전선'이 보다 선명하게 형성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에 따른 '빛' 못지 않게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지도부 스스로 "당대당 야권연대는 없다"는 원칙을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가 연출된데 더해 애초 광주에 출마했던 기동민 전 후보에 대한 동작을 전략공천이 결국 기 전 후보의 사퇴로 막을 내린 것을 두고 '공천실패'라는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된 동작을 지원유세에는 나서지 않고 남은 기간 수원 3각 벨트와 평택, 김포 등 경기 5곳에 전력투구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키로 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로 잘 도와 좋은 결실을 보자"며 포괄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 지도부는 개별 인사들의 자율의사에 맡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수원과 동작에서 '셔틀 상주'를 하겠다던 안 대표의 동선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 후보가 내친 김에 통합진보당 유선희 전 후보와 단일화한 노동당 김종철 후보와의 추가 단일화를 추진키로 한 점도 두 대표의 '동작 거리두기'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다.

당 핵심인사는 "'당대당 연대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두 대표는 동작에 직접 가지 않기로 했다"며 "의원들의 자발적 지원을 반대하진 않지만 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작에는 기 전 후보와 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노 후보와 함께 바닥을 훑으며 지원에 나섰으며, 문재인 의원도 내주초께 '품앗이 지원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로 단일화된 수원정(영통)에서는 전날 후보직을 사퇴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교차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로 인해 '나눠먹기식' 선거공학적 연대 프레임에 휘말리면서 보수층의 결집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 보수 성향이 강한 수원병(팔달)이 일차적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학규 수원병 후보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이번 선거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건 사실"이라며 "(연대가) 목전의 이익만을 위한 나눠먹기식으로 비쳐진 점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후보는 이날 수원 최고위에 불참했다.

한편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서울 동작을 단일 후보로 결정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울지 말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두 대표가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공언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노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게 적절한지 찬반양론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야권 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공동으로 선거 유세를 진행하거나 공동 선대위를 꾸렸다. 그러나 이번 동작을·수원 후보 단일화에 '막후 빅딜설'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동작을 선거운동을 이끄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빙 선거전을 치르는 노 후보로서는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을 상징하는 인물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부터 노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기동민 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우원식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도부 등은) '당대당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원칙은 어디서 결정된 것이냐"며 "필요하면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은 책임을 안 지려는 비겁한 태도"라고 썼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동작을 선거에서 통진당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우리는 '열중쉬어'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종북 세력과 손잡았다는 비난을 받게 되면 다른 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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