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욱 편집국장     ©중앙뉴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휴가에 대한 비화 한 토막.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남해안에 있는 한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에서 일명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는 곳이다. 다음날 아침인 26일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해군함정을 타고 다도해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은 김 전 대통령의 휴가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측은 대통령 전속사진사가 찍은 7장의 사진을 각 언론사에 제공했다.

대통령 부부가 함께 낚시를 하는 모습,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망원경을 통해 먼 바다를 보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담겼다. 청와대측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며 대통령 휴가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언론에 전격 배포한 것은 ‘대통령의 휴식’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지난해 경남 거제의 저도를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한 때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여행을 떠나 국민들의 휴가를 독려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실종자 수색이 아직까지 진행 중인 만큼 조용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 책을 보며 잠시 머리를 식힌 뒤 하반기 정국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했던 경제 살리기 고삐를 당기고 국가혁신과 2기 내각 운용 방안 등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석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선도 막바지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휴가 중 국정구상에는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 결과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정상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승리할 경우 하반기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또 휴가 기간에 8.15 경축사에 대한 구상의 얼개를 정리, 휴가를 마친 뒤 참모들과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광복절 경축사는 통상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가 돼 왔다.

특히 박 대통령은 8.15를 2기 내각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어서 휴가기간 8.15 경축사에 담을 내용을 놓고 고민과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경축사를 통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하는 데 그 ‘화두’를 휴가 기간에 찾아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국가혁신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해선 북핵 포기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사면 대상의 윤곽도 휴가 기간에 그려질 전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휴가 후 ‘대통령 휴식’을 강조한 사진을 각 언론에게 돌린 것처럼 박 대통령은 ‘국민의 안식’을 담은 2기 내각 집권구상을 내놔야 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박 대통령의 여름휴가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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