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의장 중 "직권상정" 최다 기록...

▲ 김형오 국회의장은 19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복당한지 1년만에 정책위 의장을 맡고 다시 1년만에 원내대표로 선출돼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덕담을 건냈다.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박 원내대표와 만나 "의회 경험이 많은 박기춘 수석 부대표를 비롯 전현희 원내 대변인 등 야구로 치면 '클린업 트리오'로 구성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 이중앙뉴스

김형오 국회의장은 19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복당한지 1년만에 정책위 의장을 맡고 다시 1년만에 원내대표로 선출돼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덕담을 건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박 원내대표와 만나 "의회 경험이 많은 박기춘 수석 부대표를 비롯 전현희 원내 대변인 등 야구로 치면 '클린업 트리오'로 구성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양당 원내에 새로운 사령부가 왔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제 정쟁의 시대는 갔다'고 말했듯이 이제 여야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며 "국회의장직에서 떠나면서도 훌륭한 원내대표가 나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들의 공식·비공식적 대화도 중요하지만 주로 수석들이 만나서 좋은 얘기 를 하겠다"고 답하자 김 의장은 "정치가 무엇인지를 18대 국회에서 보여줘라"고 당부했다.

▲  김형오(사진) 국회의장이 19일 18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다. 18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되는 오는 29일까지 열흘 남짓 임기를 남긴 그로서는 2년여간의 의장 임기를 사실상 마감하는 셈이다.

20번째 국회의장인 그는 직권상정을 네 차례 강행하며 역대 의장 중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미디어 법 통과를 비롯해 두 차례의 연말 예산안 처리에서 그는 야당의원들의 반발 속에 직권상정을 위해 의사봉을 들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법부 수장으로서는 '직권상정 국회의장'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다. 하지만 막상 직권상정을 결심하기까지 여당과 대립하기도 했다.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인 때문이다.   © 이중앙뉴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고별사를 통해 "18대 국회 전반기는 정권과 의회세력의 동시 교체라는 전환기에 출범해 여러분이 몸소 겪었다시피 결코 순탄치 못했다"고 자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라가 잘되려면 개헌을, 국회가 잘되려면 국회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꾸준히 준비했다"면서 하반기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그가 강력하게 주장하던 부재자 선상(船上)투표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숙제로 남겼다. 법안 내용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 연장이 안 되자 선상투표제의 상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위기 속에 김 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해 2009년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그가 꼽는 성과다.

현재 무소속인 그는 임기가 끝나면 친정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가 지역구 활동에 매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평소의 소신인 개헌과 IT 총괄부서 신설 및 산업 발전 등에 힘쓸 계획이다.

다음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고별사 전문이다.

오늘은 18대 국회 전반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쁘신 가운데 본회의에 참석해주신 여러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두 분 부의장도 사회를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아 모두 말씀을 겸해 작별인사를 드립니다.며칠 후면 저는 이제 평의원으로 돌아가 여러분과 자리를 나란히 하여 의정활동에 임할 것입니다.

회고하면 이번 18대 국회 전반기는 정권과 의회세력의 동시 교체라는 전환기에 출범하여 여러분이 몸소 겪었다시피, 결코 순탄치 못했습니다.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과연 국민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떳떳했는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다수에 의한 힘의 정치와 소수에 의한 버티기 정치가 충돌하면서 미증유의 기록을 양산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국가 위기 앞에서 하나였습니다.세계금융위기를 맞아 신속하게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안보위기와 사회위기에도 소수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성숙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본회의에서 가결한 법률 안건수가 역대 국회 중에서 가장 많고 법률안 총 처리건수도 역대 최다입니다.싸우면서도 열심히 일했다는 반증입니다.

또한 선진화의 초석을 닦았습니다.취임 직후부터 나라가 잘 되려면 개헌을, 국회가 잘되려면 국회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표아래 꾸준히 준비해왔습니다.
18대 후반기에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파행과 격돌을 통해 대화와 타협이 기본인 의회민주주의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투쟁은 쉽고 타협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운 길로 가야합니다. 의회를 지키고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세균 대표는 하루속히 국회로 돌아와야 합니다.야당 대표가 장외에 머무는 한 한국정치의 발전은 요원합니다.

김진표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소정의 절차를 거쳐 반려토록 하겠습니다.
차제에 의원의 신분조항도 명확하게 정비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선상투표 문제는 이제 신의정치 문제가 되었습니다.양당 원내대표의 합의사항까지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다시는 선상투표문제로 이 자리에서 부탁하는 일도 없게 되었습니다.의원 여러분의 양심과 판단을 믿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취임하면서 밝힌 3대 목표, 정책국회, 상생국회, 소통국회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으나 많은 점에서 부족했습니다. 의원 여러분의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의 소회를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그동안 저는 밤중에 같은 강을 아홉 번 건넜다는 연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一夜九渡河)의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요동치는 강을 건널 때 눈과 귀를 믿으면 병이 되고 마음을 믿으면 걱정이 없다고 했습니다.우리 한번 ‘마음의 정치’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열어봅시다. 정쟁의 시대를 마감하고 정치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그동안 교섭단체 대표를 비롯, 의원 동지 여러분의 협조와 지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격동의 강을 건너시느라 의원 여러분,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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