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 동작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나경원 의원.     © 중앙뉴스
[중앙뉴스=김영욱 기자] 서울 동작을(乙) 보궐선거에서 49.9%로 당선된 새누리당 나경원(51) 의원은 3년 만에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던 나 의원으로서는 당시의 패배를 설욕한 명예회복으로서의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기동민 후보의 전략적 사퇴로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나온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승리의 깃발을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선거운동기간 내내 나경원 의원은 지역구의 '엄마론'을, 노회찬 후는 '머슴론'을 각각 앞세우며 한표를 호소했다.

더구나 나 의원은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재·보선 지역 가운데 민심의 향배 등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서울에서 승리를 일궈내 정치적 중량감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지역 내 유일한 선거구이자 전략지였던 동작을을 야권에 내주는 상황을 봉쇄한 나 의원이 새누리당으로서는 '일등공신'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의도에 복귀한 나 의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나 의원은 17~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간판급 여성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8대 국회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원조 여성 트로이카'로 주목받기도 했다.

나 의원은 이번 승리로 3선 정치인이 됐다. 새누리당 현역의원 가운데 3선 이상 여성의원은 나 의원이 유일하다.

나 의원은 대중적 인기와 당내 기반, 3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관록을 바탕으로 향후 여권의 차세대 여성 리더로서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주자급 반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범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된 나 의원이 김무성 새 대표체제 하에서의 당내 역학관계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7·1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의 새 수장으로 선출되는 등 비주류로의 권력이동이 이뤄진 가운데 친이계인 나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친박(친박근혜) 탈색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원래 동작을 지역은 대표적인 '스윙 보트(swing vote·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달라지는 것을 말함)' 지역이다.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일곱 차례(13~19대)의 총선을 보면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바람을 타는 경향이 짙고, 이 지역에서 세 번 이상 당선된 후보도 없다.

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선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평화민주당 박실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14대까지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냈다. 96년 15대 총선에선 여당인 신한국당 유용태 후보가 박 후보에게 이겼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유 후보가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해 다시 당선됐다. 그런 유 후보도 3선은 하지 못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이계안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유 후보의 자리를 차지했다.

'정몽준 대 정동영'이란 중량급 정치인 간의 맞대결이 벌어졌던 2008년 18대 총선에선 정몽준 후보가 이겼다. 정몽준 후보는 19대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울산에서 지낸 5선에 더해 7선 의원이 됐다.

이 지역 민심은 또 변했다.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 후보는 동작구에서 41.8%를 얻는 데 그쳐 57.5%를 득표한 박원순 시장에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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