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의 공습은 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과 기독교 마을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공식 개입으로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지난 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처음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IS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반군에 대한 첫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아르빌은 미군과 미군 시설이 있는 곳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군 F/A-18 전투기 2대가 그리니치 표준시(GMT) 기준으로 이날 오전 10시45분(한국시간 오후 7시45분)께 아르빌 근처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500파운드(225㎏)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미군 전투기는 걸프 해역에 머무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에서 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공습에 이어 GMT 기준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직후 미군 무인기(드론)가 IS의 박격포 기지를 폭격해 반군들이 사망했으며, 이로부터 1시간여 후 F/A-18 전투기 4대가 7대로 구성된 IS 콘보이 차량에 8발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커비 대변인은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총 3차례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인들이 있는 아르빌을 방어하기 위해 오늘 (1차 공습에 이어) 2차례 추가 공습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오후 늦게 IS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공습안을 승인한 후 몇 시간 만에 단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IS)이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에서든지 미국 국민과 시설물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그동안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려왔으나 이라크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이라크 주민 수천 명이 말살될 위험에 놓이고 미국인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자 공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습 배경과 관련해 이라크 현지의 미국인 보호, 소수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 우려 등 긴급한 인도적 상황, 반군을 몰아내고 국가를 통합하려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군을 지지하는 미국의 믿음과 약속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미국은 당분간 전면적 공습보다는 이라크의 상황을 주시하며 구체적 목표를 타격하는 '제한적 선별공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군은 목표물을 정확히 골라내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도 "대통령이 명확하게 밝힌 것처럼 IS가 우리 국민과 시설을 위협하면 언제든 곧바로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군사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종료 시점을 못박지 않았다"고 말해 추가 공습 가능성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다만 지상군 투입 등 이라크 사태 전면 개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자칫 미군의 막대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 이라크전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공습에 대해 이라크 합참의장인 바바커 제바리 중장은 AFP 통신에 "미국의 공습은 지상에서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환영했다.

미국은 IS에 대한 공습과 함께 전날 군 수송기를 이용해 수천 갤런의 물과 8천개의 구호식량을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난민에게 전달했다. 한 국방부 관리는 "군 수송기가 이라크 북부 지역에 구호품을 낙하한 뒤 안전하게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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