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면서 북한이 바라는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열린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정부는 고위급 접촉에서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을 뺀 문제는 시간을 갖고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 드레스덴 실천 단계로…5·24 출구전략 시동거나 = 시행 5년째를 맞은 5·24 조치는 2010년 우리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 조치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연초 '통일 대박' 화두를 던지고 나서 3월 남북관계 개선의 로드맵을 담은 드레스덴 제안을 내놓은 정부가 서서히 5·24 조치의 출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비롯해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드레스덴 제안과 남북 교류를 원칙적으로 막은 5·24 조치는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 내에서도 장기간 악화된 남북관계를 풀 필요성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정부는 최근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물품 제한 및 방북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최근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가 부쩍 활발해졌다.

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모자(母子) 보건 지원 사업에 큰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드레스덴 제안이 이행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모략극'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정하고 있어 5·24 조치 해제의 명분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5·24 조치의 외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 동질성 회복에 도움이 되는 사회·문화 교류,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여건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인 북핵 문제 논의의 향배가 5·24조치의 완화 속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북핵 변수 더해진 금강산 관광 재개 =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7년째 중단 중인 금강산 관광은 북한에 연간 4천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북측이 재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관광 중단 초기에는 우리 관광객의 안전 확보 문제가 남북 간의 쟁점이었다.
정부는 북측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신변 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 '3대 선결조건' 해결을 요구했다.

북측은 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구두로 안정 보장을 해 준 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이어졌고 지난해 3차 핵실험으로 유엔 대북제재 변수까지 추가로 얹어진 상황이다.

정부는 관광 대금일지라도 북한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으로 넘어간 자금이 WMD와 관련이 있으면 유엔 제재 대상이므로 유엔 안보리에서 유권 해석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강산 관광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아 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고위급 접촉이 성사돼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남북 간에는 큰 입장차가 예상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고위급 접촉을 통해 금강산 관광이나 5·24 조치와 관련해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만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북한 응원단, 선수단의 방문 문제가 해결되면 다음에 이를 유연하게 논의할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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