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염으로 찾아온 50대남성, 응급실에서 5시간 대기


밀린 병원비 ‘1만7000원’ 때문에 응급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당국은 병원을 상대로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 중랑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4시쯤 중랑구에 사는 유모(58)씨는 오한과 복통을 호소해 구급차를 타고 N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대원은 유씨의 상태와 체온·혈압 등을 병원 측에 전달했다. 그런데 병원은 유씨의 접수를 받지 않았다. 지난 6월 유씨가 병원을 찾았을 때 내지 않은 미수금 1만7000원 때문이었다. 

유씨의 지인 오정한씨는 “병원 측이 지난번에 1만7000원을 덜 냈으니 그걸 내야 접수가 된다고 말했다”며 “당시 가진 돈이 만원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받고 처리해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결국 유씨는 5시간 넘게 응급실 앞 대기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 이날 오전 9시쯤 의식불명에 빠져 사흘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복막염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돈 때문이 아니라 과거 진료를 왔을 때 폭력적 성향을 보였고, 가족에게 연락하는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1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용을 더 알아봐야겠지만 현재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응급의료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만약 법 위반일 경우에는 복지부나 시군구청에서 조사해 행정처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국민은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돈이 없을 경우 대지급금 제도를 이용해 동의서만 쓰면 먼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안내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중앙뉴스/옥나혜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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