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가 살아 있다”...전국적으로 ‘절도는 증가추세’


용산.후암동, 외국인빌라 침입절도...‘초동수사 현장’

“과학수사가 살아 있다”...전국적으로 ‘절도는 증가추세’

침입절도는 우발적인 것이 아닌 사전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서 그 심각성이 날로 중(重)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의도적 범죄의 환경적 추이에 따라 또 다른 연속적 범죄가 추가돼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추측하고 짐작해 보건데 자칫 잘못하면 그 이상의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는 절도에서 살인이나 강간 같은 강력범죄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무거워 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통 일반대중은 연쇄살인이나 엽기적인 범죄에만 관심을 보인다. 절도는 가볍고 별것 아닌 범죄로 여겨진다. 수만건의 절도는 대중에게 있어서 그저 수많은 사건중의 일부분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 한명 한명에게는 씻을 수 없는 대사건이기도 하다. 남의 집에 들어가 훔치는 침입절도는 피해 당사자에겐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공포스런 사건으로 기억된다. 여름 휴가철에 많이 발생하는 침입절도 사건 초동수사 현장은 과학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13일 저녁 서울 용산경찰서는 미국 국적 외국인 부부가 사는 용산구 빌라에서 절도 신고 접수를 받고 과학수사팀 정훈성 팀장과 황래홍 경위가 과학수사 장비를 들고 출동 범인의 침입 동선을 파악하며 추적이 시작됐다. 피해자는 이날 경찰에 “7월11일~8월11일 한 달간 미국에 다녀왔다”고 진술했다. 216.27㎡(약 66평)의 집 현관을 열었을 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베란다 유리문도 닫혀 있었다. 다만 거실에 신발 자국이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13일 오후 보석함을 열어보고 귀중품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부부는 ‘금반지 2개, 금팔찌 4개, 금십자가 2개’를 도난당했다고 뒤늦게 신고한 것이다. 일몰직전인 늦은 오후에 초동수사가 이뤄졌다. 장병덕 형사과장과 이호성 강력1팀장, 통역을 맡을 순경 등 다른 경찰 5명도 수사 현장에 합류했다. 사건이 일어난 빌라는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남산 오르는 길 중턱 고급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이날 일몰시간 약 30분전,해가 진 뒤엔 범죄의 흔적들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절도 범죄는 2003년 7만7980건에서 2012년 9만1093건으로 늘어난 추세다.

과학수사의 초동접근수사

과학수사팀의 장비는 늘 자외선을 비출 수 있는 특수 플래시, 디에스엘아르 카메라, 족흔적 키트, 지문 키트를 차에 싣고 다닌다. 범인이 신었을 신발의 족흔을 추출한 뒤 데이터베이스와 탐문수사를 통해 신발 제품을 짚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과학은 범인을 잡을 가능성은 높여주지만, 범죄 피해자의 심리는 다독여주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값싸게 뉴스가 소비되는 시대에, 절도는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대다수에게 별것 아닌 범죄로 여겨진다. 재벌이나 유명인의 절도 사건은 스토리가 되지만, 수만건의 절도는 무색무취한 통계 수치다. 그러나 침입절도 한건 한건은 피해자 본인에게 정신적 사건이 된다.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미국 국적 피해자에게는 한국에 대한 불신이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다.“지금 큰 고통을 느낍니다.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려서가 아니에요. 한국에서 11년간 살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며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말해왔어요.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겁니다.”

성인 2명이 동시에 들어갈 만한 너비의 정문을 들어선 황 경위의 왼편에 너비 3~4m의 좁은 길이 있다. 잔디가 깔린 길을 5m 정도 진입하자 빌라 건물 뒤 좁은 정원이 나타났다. 정 팀장과 황 경위는 건물 1층 뒤편을 감싸는 허리 높이 펜스의 흔적을 살폈다. 철제 펜스 윗부분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군데군데 사람이 밟은 듯 먼지가 없는 부분이 발견됐다. “여기 보세요, 먼지 없는 부분이 있죠? 범인이 펜스를 밟고 2층 베란다로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황 경위는 캐논 5D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로 펜스에 남은 범인의 흔적을 연신 찍는다.

과학수사팀은 남아 있는 신발 흔적 앞에서 족흔적 키트를 열었다. 족흔을 채취하는 필름을 대고 광원을 비췄다. 정 팀장이 족흔을 추출하는 중간중간 황 경위는 카메라로 필름을 계속 촬영했다. 범인이 신었을 신발의 족흔을 추출한 뒤 데이터베이스와 탐문수사를 통해 신발 제품을 짚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족흔 추출을 마친 2명은 안방을 지나 보석함이 보관됐던 작은방으로 향했다. 과학수사팀은 보석함에 남아 있는 물건을 잠시 꺼냈다. 빈 보관함을 들고 아직 희미하게 일광이 남은 베란다로 나갔다. 본격적으로 지문 채취 작업이 시작된다. 지문 채취용 브러시에 분말을 살짝 묻혀 보석함을 톡톡 두드리듯 살살 붓질했다. 보석함에 남은 지문에 미세한 분말이 묻었다. 지문 채취 스티커를 분말이 묻은 지문 부위에 붙였다 뗐다. 파란색 특수 플래시가 작업 내내 이미 어둑해진 보석함 주위를 비췄다. 정 팀장이 추출 작업을 하는 사이사이, 황 경위는 연신 5D 카메라로 지문 부위를 접사(가까이서 촬영)했다. 정 팀장은 추출한 지문을 찍은 사진을 확대해 살폈다.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황래홍 경위가 펜스 위에 범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촬영하고 있다.

용산서 과학수사팀 등 경찰 7명은 저녁 8시께 초동수사를 마치고 빌라 밖으로 나왔다. 용산서는 14일 빌라 현관을 비추는 폐회로티브이(CCTV)와 용산구청 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시시티브이를 검토중이다. 한 달치 기록을 모두 뒤져 수상한 사람이 빌라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찾아내고 족흔 분석을 마치면 강력팀이 용의자를 좁혀야 한다. 초동수사는 마쳐지면 본격수사가 시작된다.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용산경찰서 관내에선 모두 793건의 절도범죄가 신고됐다. 이 중 176건(22.2%)이 침입절도 사건이다. 침입절도 사건 중 75건이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만 그런 게 아니다. 절도가 늘어나는 추세는 전국적으로 확인된다.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은 올해 초 공개한 2013년 범죄백서에서 “지난 10년간 재산범죄의 대체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절도, 손괴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절도는 2003년을 기점으로 2004년에 다소 줄었으나 2005년부터는 다시 상승세를 보였으며, 2007년에는 20만건을 돌파하여 21만2530건이 발생했고 2012년에는 29만3074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침입절도는 2003년 7만7980건에서 증감을 반복하다 2012년 9만1093건을 기록했다.

취재_ 서승만 기자 solar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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