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경제심리를 좌우하는... 정책신호'는?
[중앙뉴스]-서승만 기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급속한 경기침체를 경험했으며, 계속되는 위기설에 시달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사람들의 경제심리는 위축과 반전이라는 극적인 모습을 띠었고, 이에 따라 경제 전반에 억측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금융위기 이후 현상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사결정에 참조하는 집단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경제심리는 실제 경제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를 혼란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긍정의 경제학'은 우선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감정ㆍ지각ㆍ직감ㆍ의지ㆍ동기 등 심리적 요소의 형성 및 작용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나아가 경제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정책신호, 즉 언술, 제스처, 인사행위, 조직 결속 등 정책결정자들이 대중에게 비공식적으로 발신하는 암시의 집합을 세련화함으로써 경제심리를 과도한 긍정과 근거 없는 부정에서 낙관적 전망과 활발한 대안 경쟁이 공존하는 온건한 긍정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     © 서승만 기자
점차 커지는 경제심리의 영향력

한국사회는 반복적인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경제현상에 대한 관찰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투표를 비롯한 정치행위에 대한 흥미는 급격히 감퇴한 반면 아침의 첫 일과로 뉴욕 증시의 시황을 살피는 것이 한국인들의 현재 모습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정치적 이슈가 화제의 중심에 있을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이다. 경제에 대한 관심은 여러 형태로 표출된다. 경제학 연구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주식투자 인구가 늘고, 재테크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온ㆍ오프라인의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에 따라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해박한 이론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경기변동을 예측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조차도 사람들의 경제행동과 그 행동의 근저에 있는 경제심리가 야기하는 경제상황의 전개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경제주체들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 높은 상황에서 불안감과 선호의 모호성에 직면할 때,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들이 참조하는 집단의 행동변화를 핵심적 정보로 수용하여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현상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경제학 연구와 접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소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거쳐 집단심리로 발전하면서 실제의 현실에 비해 과도하게 부정적인 심리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역으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번지게 되어 경기를 과열시키고 심지어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경제심리에 대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경제심리는 경제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연구의 큰 산맥과도 같은 인물이었던 '아담 스미스'와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이미 주목한 바 있듯이 경제심리의 변화는 개인의 행동을 넘어 국민경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케인즈는 감정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라는 개념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 에너지가 갖는 역동성을 잘 설명하였다.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우울증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자신감과 의지가 적극적인 경제행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감정 에너지는 긍정적인 기대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지나칠 경우 일종의 경제적 조증(躁症) 상태가 되어 경제체제의 건전성을 위협하기도 하므로,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반복되는 경제위기설과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 반응으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를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경제 전반이 3개월 단위의 위기설에 시달린 것이 그 구체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경제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심리가 생성ㆍ전개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정책신호

경제심리 자체가 감정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공식적인 제도와 정책수단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비공식적 수단인 정책신호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정책의 전개 과정 또는 특정한 정치적 사건의 중요한 고비에서 표현되는 정책당국자들의 언술과 제스처, 인사행위, 정책조직의 결속 등이 능동적인 정책신호에 해당하며, 외부 정책 환경의 변화는 정책 공급자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정책 수요자들이 감지하고 정부 대응보다 선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동적 정책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신호는 경제심리에 어떠한 작용을 할까? 이 책에서는 균형적으로 경제심리와 정책신호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주요 경제정책분야인 복지, 경제안정화, 산업, 금융시장과 관련된 총 6개 사례를 탐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복지개혁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수행한 덴마크와 이탈리아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개선시키기 위해 구사한 정책신호의 내용과 작용점, 그리고 성패가 대비적으로 논의되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의한 부정적 심리반응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졌던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금융당국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이라는 정책신호에 영향을 받으며 안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와 같은 사례분석을 통해 경제심리와 정책신호는 순환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이 확인되는데, 잘못된 정책신호가 정책 수요자의 부정적 심리 반응을 유도하기도 하고, 정책 수용자가 정책신호를 잘못 해석하여 정책 공급자와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제심리의 선순환을 위한 제도적 차원의 대안 제시

이 책에서는 1차 정책신호로 경제심리를 호전시키지 못하면 2차 정책신호로 이를 교정할 수 있지만, 세련되지 못한 추가 정책신호는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신뢰 등 정책신호가 여과되는 사회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면 정책신호가 왜곡될 수 있고,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심리가 극단적 비관이나 극단적 낙관으로 움직일 때, 이를 온건한 긍정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정책신호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사례분석이 갖는 한계인 단순한 서사적 설명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건구조분석을 채용하는데, 이 방법론은 정책신호가 경제심리와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내는 데 유용하다.

이와 같은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경제심리를 형성하는 미시적·내생적 요인과, 거시적 경제 현상을 연결하는 동학을 모형화하고, 그리고 정책신호의 개입 지점과 그 효과를 모형 내에서 판별하여 적절한 정책신호를 발신할 방법을 도출해냄으로써 기존 경제심리 연구와 분명하게 차별화하고 있다.

저자들은 경제심리가 선순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체계적·다층적 접근을 선택할 것을 제안하면서 특히, 사회적 맥락이나 집단 의사결정, 사회적 학습과 같은 경제심리 순환의 매개체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경제심리 개선 모듈로서 위기감 조성 등을 통한 사회적 맥락과 현상 유지 편향(Status-Quo Bias)의 적절한 교란, 신뢰성 높은 의사결정 과정의 촉진, 그리고 긍정적 사회 분위기 형성과 유지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 각 분야 전문가의 통합적인 분석과 제안

그동안 경제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경제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왔지만, 학문 간 경계로 인해 폭넓고 통합적인 연구는 제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학에서는 경제심리를 외생변수로 간주하여 경제심리가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해왔고, 심리학의 경우에도 사회 환경이 개인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왔기 때문에, 경제심리나 사회 환경 자체에 대한 설명이나 개인 심리 및 개인 의사결정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경제심리와 상호작용하는 정책신호에 관한 체계적인 논의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삼성경제연구소 내외부 필진이 공동연구의 결과물로 탄생시킨 《긍정의 경제학》은 경제심리의 내생적 동학을 풍부하게 분석함으로써 경제현상과 심리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신선한 착안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제사회정책 담당자들에게는 경제심리의 긍정적인 작동을 촉진하고 부정적인 흐름을 제어하는 정책신호체계를 제안함으로써 섬세하면서도 전략적인 정책운용을 위한 새 지평을 제시한다.

 [중앙뉴스]취재_서승만 기자/solar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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