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5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신용은 1천40조원으로 3개월 전보다 15조1천억원(1.5%)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1년 전에 비해 60조4천억원(6.2%) 늘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민총소득(GDP) 증가율인 3.7%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높으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통계로, 예금취급기관은 물론 보험사·연기금·대부사업자·공적금융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과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함한다. 

가계신용은 작년 1분기 중 9천억원 가량 줄었으나 2분기 16조7천억원 증가한 데 이어 3분기 14조원, 4분기 27조7천억원, 올해 1분기 3조5천억원 늘어나면서 1년3개월째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8천억원(1.5%) 늘었고, 판매신용은 57조5천억원으로 3천억원(0.6%) 증가했다.

1분기에 주춤하던 가계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된 것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1분기 1천억원에서 2분기 8조3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보통 3∼6월은 이사철이어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대출도 증가하는 시기"라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려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혼합형대출(고정금리+변동금리) 영업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분기 338조3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4천억원 늘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 1분기 3조2천억원에서 2분기 6조4천억원으로 두 배 확대된 것도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지만 이자율이 은행권보다 높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10.0%, 기타금융기관은 6.7% 증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과거 가계부채 증가 요인을 분석해보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택경기"라며 "지금의 경제 여건이나 인구구조 변화, 주택수급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규모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기 차장도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 폭 15조1천억원은 작년 2분기의 16조7천억원보다 둔화한 것"이라며 "급격한 증가세를 걱정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로 3분기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라며 "가계소득 증가 속도에 맞춰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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