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박스’에 선거핵심쟁점 무상급식·4대강 의제 없어

포털사이트는 공론의 장으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가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주요의제가 포털이라는 공간에서 다뤄졌고, 그 중심에는 포털뉴스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기간동안 포털뉴스가 선거핵심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4대강 등 관련의제와 정책선거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감시하기위해 ‘뉴스박스’를 모니터 했다.

모니터 대상은 주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로 한정했으며 모니터 기간은 5월 3일부터 7일까지,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10시, 13시, 16시, 19시로 하루에 4회 실시했다.

포털뉴스 ‘뉴스박스’ 편집 특징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통해 각 언론사가 편집하고,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언론사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다음>, <네이트>, <야후>는 각 포털사가 ‘뉴스박스’를 자체 편집하고 포털 내부에서 기사를 읽는 방식이었다.

모니터 기간 동안 각 포털사의 기사량은 네이버(107건)>야후(62건)>다음(57건)>네이트(50건) 순으로 나타났고,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기사량이 증가했는데 5월 첫째주는 110건, 둘째주는 166건으로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 4사의 ‘뉴스박스’ 기사 출처를 분석한 결과 <야후>를 제외한 모든 포털사가 연합뉴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포털의 특성상 다른 언론사보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더 선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개 기사당 1회 노출이 가장 많아

‘뉴스박스’ 모니터는 10시, 13시, 16시, 19시로 3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4회 실시했는데 분석결과 ‘뉴스박스’에 1회만 노출되고 사라지는 경우가 평균 84.1%, 2회 노출은 평균 14.5%, 3회 노출은 1.4%로 나타났다. 1개 기사당 기사노출 시간이 1회가 가장 높은 이유는 포털뉴스 특성상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위해 기사를 빈번하게 교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선·공천은 있고, 정책·공약은 없는 ‘뉴스박스’

모니터 기간 동안 포털뉴스는 주로 각 정당들의 경선·공천관련보도와 판세분석, 후보단일화, 후보등록보도를 주요하게 다뤘다. 반면 무상급식, 4대강 등 지방선거 주요의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후보들의 정책, 공약관련 기사도 미비했다.

경선·공천보도 등 포털뉴스가 주요하게 보도한 주제 이외에 각 포털뉴스의 보도특징을 살펴보았다. <네이버>는 다른 포털뉴스보다 여론조사 관련 보도(10건)와 후보동정(6건), 선거문화비판(5건)를 많이 했으며 <다음>은 선거문화비판(5건), 토론회(5건)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네이트>와 <야후>는 다른 포털뉴스에는 없었던 야권경선 및 후보단일화비판(2건) 보도해 차이를 보였고, <야후>는 박근혜 전대표의 지방선거 지원관련 보도(6건), 후보동정보도(6건), 후보비방보도(4건)는 부각시킨 반면 판세분석 기사는 단 1건에 불과해 다른 포털뉴스와 큰 차이를 보였다.

<야후>, 박근혜 선거지원관련 기사 많아

<야후>는 박근혜 전대표의 지방선거 지원관련 기사를 6건이나 뉴스박스에 노출시켜 다른 포털뉴스와 차이를 보였다.

<야후>는 5일 <오세훈 시장의 ‘러브콜’…박심(朴心)은 어디에?(노컷뉴스/5.5)>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 입장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은 절실”하다면서 오세훈 후보가 라디오방송에 출현해 “(박 전 대표에게) 조만간 뵙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발언 사실을 전달한 기사와 7일에는 박 전대표의 동정을 보도하는 <박근혜, 지역구 경로잔치 참석(연합/5.7)> 기사를 노출시키는 등 관련내용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반면 <다음>과 <네이트>는 각각 1건씩 기사를 다뤘다.

<네이트>, <야후> 야권경선과 후보단일화를 비판하는 기사 다뤄

모니터 기간 동안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 경기도지사 유시민 후보 등 범야권 후보들의 정당 경선과 후보단일화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있었다. 따라서 포털 4사도 각 정당 후보들의 경선소식과 후보단일화 관련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와중에 <네이트>와 <야후>는 야권경선 및 후보단일화를 비판하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부각시킨 기사를 각각 2건을 배치해 다른 포털뉴스와 차이를 보였다.

<네이트>는 14일 <오세훈 “야권단일화, 권력나눠먹기 정치야합”>(머니투데이/5.14)에서 오 후보의 말을 빌어 “야권 단일화는 권력을 나눠먹으려는 목적의 정치야합”이라고 후보단일화의 의미를 애써 깍아 내리는 기사를 배치했다.

이어 <한명숙·유시민, 민노당과 단일화…여 “정치 야합”>(SBS/5.14)에서는 야권후보단일화 소식을 전하면서 한명숙, 유시민 후보 등을 항해 “친노 인사들은 민생을 살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대권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정병국 중앙선대본부장의 발언기사를 다뤘다.

<야후>는 7일 <정병국 “´무상골프´ 한명숙, 무상후보 된 것”> (데일리안/5.7), <전여옥 “민주당이 생존할 수 있을 지 의문”> (아주경제/5.7)에서 각각 한나라당 정병국과 전여옥 의원의 일방적인 민주당 경선 비판 발언을 다룬 기사를 다뤘다.

의제설정 높은 ‘뉴스박스’에 선거쟁점의제 노출해야

하루에 수 천, 수 만개의 기사를 전송받는 포털뉴스는 게이트키핑을 통해 기사를 재배치하고 있다. 포털사가 전송받은 기사를 어느 곳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커지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특히 언론매체의 머리기사에 해당하는 ‘뉴스박스’에 배치된 기사는 그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파악하기위해 ‘뉴스박스’ 기사와 ‘최다댓글 및 최다조회’된 기사를 비교 분석해 포털뉴스의 기사배치와 의제설정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비교 대상으로 ‘최다댓글 및 최다조회’된 기사를 선택한 것은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조회수가 높은 기사일수록 네티즌들에게 관심을 증폭시켰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각 언론사가 자체 편집하고 아웃링크 방식을 취하고 있는 <네이버>를 제외한 <다음>, <네이트>, <야후>를 분석한 결과 ‘뉴스박스’에 배치된 기사 가운데 포털 3사 평균 49%에 해당하는 기사가 ‘최다댓글 및 최다조회’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사별로 살펴보면 <다음>은 뉴스박스에 노출된 57건의 기사가운데 18건(32%)이 ‘최다댓글’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네이트>는 50건 중 25건(50%)이 ‘최다조회’ 기사였으며 <야후>는 62건 중 40건(65%)이나 ‘최다조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뉴스박스’에 노출된 기사는 ‘최다댓글 및 최다조회’될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만약 포털뉴스가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문제·4대강 문제 등과 후보자들의 공약·정책관련 기사를 ‘뉴스박스’에서 적극적으로 다뤘다면 관련의제들이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뉴스는 경선·공천, 후보단일화, 판세분석, 후보등록보도 등 기존언론사의 보도에 보조를 맞추는 소극적인 뉴스편집을 선택했다.

포털뉴스가 그동안 공론의 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왔고 영향력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포털뉴스의 사회적 책임은 지방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보도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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