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최악의 헛발질로 환영받지 못한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


감동도 없고 뜨거움도 없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화가 이제 절반의 반환점을 돌아 폐막식을 향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알고있는 지구촌 축제에서 이렇게까지 환영받지 못한 성화 최종점화자는 역대 어느대회를 보더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나와서는 안된다.성화 최종점화자 한사람으로 인해 45억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축제가 한류 연예인들을 대거 앞세운 예능 축제로 변질됐다는 오명을 낳고 있어 대회가 끝나더라도 논란은 한동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최악의 '헛발질'을 했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로 스포츠계가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대회가 끝나도라도 책임공방을 두고 조직위와 스포츠계가 시시비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있어 세계인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두말 할것 없이 성화 최종점화다. 최종점화자는 늘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지막 순간에 깜짝 등장해 세계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대회 최종점화는 아무런 감흥도 감동도 없는 최악의 장면을 연출했다.이영애가 소개되고 점화할 때 6만 관중의 반응은 그리 밝지 않았다.

 

최종 성화 점화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하이라이트 순간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부분 개최국의 역사적인 스포츠 영웅들이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서는 것이 지금까지 지구촌 축제에서 지켜온 예의고 상식이다.

 

그러나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아시안게임 조직위가 개막식에서 적잖은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는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체육인이 맡는 관례를 깨고 한류스타인 이영애 씨에게 성화 점화를 맡긴 것이다.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직위는 참가국들의 정서와 반응을 먼저 감안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왜그랬을까? 무엇이 이들에게 이처럼 무리수를 두어도 좋을정도의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일까?착각이었다.이름깨나 있는 한류스타들을 개막식에 줄줄이 동원함으로써 마치 ‘한류 콘서트’로 변질된 듯한 모습을 연출했으니 이무슨 개망신인가?

 

여기서 앞선 경기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던 무하마드 알리가 불편을 몸으로 나서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렸고,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장애인 양궁선수였던 안토니오 레볼로가 화살로 성화에 점화를 하기도 했다. 또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 다이빙 영웅 허총이 깜짝쇼를 펼쳤다.

 

지금까지 16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스타가 아닌 배우가 성화를 점화한 적이 있었는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는 육상스타 장재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엔 남한의 하형주와 북한의 계순희가 공동 점화를 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중국 다이빙 영웅 허총,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승마팀 주장 세이크 알 타니가 성화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는 앞선 나라들이 지켜온 평범한 상식조차 무시해버리고 돈키호테식의 행동으로 비스포츠인이 주인공이 되어버린 개막식 깜짝 드라마를 구상했다. 거기까지도 이해한다고 하자.그러나 조직위의 실수로 인해 최종 점화자로 알려진 이영애씨가 사전 유출되면서 개막식의 감동도 깜짝쇼도 사라지는 최악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만 것이다.

 

최종 성화 점화자 유출이 없었더라면 그나마 묻어두고 갈수 있었던 사안이 개막전 모든 정보가 유출되면서 묻어두고 가려했던 치부를 다시 드러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게다가 또다른 비판적 시선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스포츠 축제에 한국 스포츠 영웅이 아닌 한류 스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조직위도 어쩌면 피해자일수도 있다.아시안게임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스포츠 스타보다 한류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축제를 뜨겁게 달아 오르게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다. 조직위는 이영애씨는 물론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선 영화배우와 탤런트, K팝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홍보대사로 활용하며 이번 지구촌 축제의 성공을 위한 홍보를 기대했을 것이다.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개막식에도 월드스타 싸이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 JYJ, 엑소, 배우 장동건, 현빈, 김수현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포츠 스타는 개회식에서 성화를 봉송 주자로 나서는 야구 이승엽, 골프 박인비, 농구 박찬숙, 스피드 스케이팅 이규혁, 테니스 이형택 등 5명. 오히려 연예인이 주인공이됐고 스포츠 스타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게 만들었다.

 

폐막식을 앞두고 스포계의 반발과 매끄럽지 못한 개막식이 연일 언론에서 오르내리자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폐막식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한류로 도배됐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30일 입을 열었다.

 

장진 감독은 “공연 전체에 인천 시민 1500여명이 참여했고, 고은 시인, 소프라노 조수미 등 많은 문화인이 나왔지만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기사 한 줄 쓰지 않으면서 연예인이라고는 2명밖에 나오지 않은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언론을 보면서 ‘클릭 수 늘릴 것만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감독은 최종 성화 점화자에 이영애가 선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캐스팅 과정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이에 개막식을 총괄 지휘한 임권택 감독은 “원래 이영애보다 함께 성화 점화에 나선 어린이 두 명이 주목을 받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중계 연출팀과 소통이 부족했던 면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장진 감독은 “핑계 같지만 카메라 리허설을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행사를 찍어 내보내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동안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정교하게 그림을 잡아 비체육인 성화 점화 논란을 조금 상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장진 감독은 “폐막식이 끝나고 나올 지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임권택 감독은 “체육대회가 아니라 영화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호된 꾸중을 들었다. 불편한 느낌이 들게 해 저희도 아쉬워하고 있다. 많이 부족했다”고 개막식에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미완성의 한편의 드라마라고 <기자>는 말하고 싶다.개막식은 물론 대회 중간중간에 운영미숙으로 일어난 사건사고는 나열하기조차 부끄럽다.앞전 시장은 열심히 터를 닦아 놓고도 욕을 먹고 지금 시장은 코도 안풀고 지구촌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손발이 안맞는 조직위와 봉사원들은 물론 급조된 시설물은 경기의 흐름을 자주 끊을 정도로 열악했다.인천 아시안게임이 종반전으로 향하고 있다.너나 할것없이 지금까지 잘못은 우선 덮어두자.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방문한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와 선수들이 남은 시간동안 좋은 인상을 갖고 떠날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네탓내탓을 외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한마음 한뜻으로 유종의미를 것을수 있도록 격려하고 노력하자.그것만이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해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한다.그들이 떠난뒤에 잘잘못을 가려도 늦지않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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