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는 노예…강의 5개 해야 겨우 ‘풀칠’
시간강사는 노예…강의 5개 해야 겨우 ‘풀칠’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0.05.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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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씨의 자살과 교수채용 비리 폭로로 파문이 일면서 국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실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 일선 대학 시간강사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면 처지가 딱하기 그지 없다.

수도권 대학을 돌며 지난 10년간 무역학 관련 강좌를 맡아 왔다는 시간강사 유모(37)씨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울 및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강의료는 시간당 4만원 수준이다"고 전했다.

많이 주는 대학은 5만원에서 7만원, 적게 주는 곳은 시간당 2만원대도 있다고 했다. 유씨는 "3학점 기준으로 한달 월급이 48만원이니 최소 5개는 해야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국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시간강사는 모두 5만8천명으로, 전체 강의의 34%를 분담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일선 대학이 시간강사 강의 분담률을 가급적 줄여 교육당국에 보고하는 점을 들어 실제 분담률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간강사에게 지급되는 강사료는 국립대가 시간당 평균 4만3천원, 사립대는 3만7천원에 불과하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는 전임 교원의 15분의 1, 비전임 교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시간강사료가 가장 높은 대학 중 하나인 성균관대의 경우도 시간당 5만6천원, 연봉으로는 1천411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학력 빈곤층'으로 전락한 시간강사들은 착취에 가까운 처우에도 불만을 털어놓을 수조차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시간강사에게 강좌를 넘겨주는 주체가 교수인 만큼 그들의 눈밖에 나면 곧바로 생활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씨는 "자기한테 잘하는 강사에게 (강좌를) 주니까 명절때 돈 주고, 선물 주고, 논문도 써줘야 한다"며 "이번에 자살한 사람이 눈문대필을 강요당했다는 말도 다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수 대다수가 이렇게 지위를 악용하지만 양심선언하는 시간강사는 없다. 그 순간 '암묵적 합의'에 따라 매장당해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씨의 자살로 시간강사 처우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교과부는 서씨의 유서에 언급된 국내 3개 대학을 중심으로 내달 1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고쳐 시간강사도 국민연금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간강사 일부가 '교원' 신분을 획득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각 대학의 시간강사료를 공개토록 하는 정보공시제 도입도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이 시간강사 문제의 완전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박주호 과장은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근원적 대책은 아니다. 근원적 문제는 대학과 대학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내 140개 대학에서 박사 학위자를 과잉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넘어선 탓에 시간강사료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대학원 구조조정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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