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연정 기자]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속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의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구남수)는 16일 살인죄로 기소된 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가격한 행위는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건 당시 30분 정도 안정을 취해 이성을 찾았을 것으로 보였지만 얼굴에 핏기없이 창백한 상태로 변한 어린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2차 폭행까지 가한 점까지 더해 보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징역 10~18년 6월인 양형 기준에서 최고 범위인 징역 18년 형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소풍을 가는 날 아침에 피해자가 식탁 위에 있던 잔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어린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는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어린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중한 죄책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박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박씨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익법률지원단 황수철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지켜본 뒤 "항소심에서 최초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아동학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다"며 "비록 바라는 바를 얻지는 못했지만 아동학대를 엄격하게 판단한 재판부의 의지에 감사하고 이 사건을 열심히 수사해준 검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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