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국내 패션업계의 선두주자인 제일모직이 최근 서울 수송동 본사 간판의 이미지를 '빈폴'에서 '8세컨즈'로 교체했다.

 

제일모직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이 자리는 지난 10여년 간 빈폴 또는 갤럭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걸려 있던 곳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29일 "본사 앞 간판은 매년 두 차례 교체하는데 주로 빈폴이나 갤럭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걸려 있었다"며 "8세컨즈의 이미지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패션·유통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의 얼굴 교체를 두고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가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제치고 캐주얼 패션의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을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빈폴은 2000년대 폴로와 함께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양대 축을 이룬 브랜드"라며 "빈폴이 8세컨즈에게 자리를 내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SPA 브랜드는 최근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에서 SPA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5%로 급증했다.

 

SPA 가운데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유니클로·ZARA·H&M으로 대표되는 해외 브랜드다.

국내 SPA 시장 1위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한국 진출 첫해인 2006년 20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6천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7년간 3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유니클로의 뒤를 쫓는 ZARA는 지난해 2천27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H&M은 1천2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토종 SPA 브랜드들은 H&M과 3위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의 스파오와 미쏘, 제일모직의 8세컨즈 정도가 지난해 H&M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SPA 브랜드를 회사 차원에서 반드시 키워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토종 SPA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와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내려면 앞으로 한 두해 정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8세컨즈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8세컨즈의 BI(Brand Identity)를 '8SECONDS'에서 '8SECONDS'·'8세컨즈'·'8秒'로 확장·개편했으며, 본사 사옥 앞 간판 이미지에도 새로 개편한 BI를 적용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8세컨즈의 브랜드 철학에 입각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를 새 BI에 담았다"며 "국내에 진입해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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