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메이저 골프 대회를 석권하며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남긴 장정(34)이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22년간의 골퍼 인생을 마치는 은퇴식에서 소감을 밝혔다.

 

한·미·일 메이저 골프 대회 우승을 휩쓸며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남긴 장정(34)이 22년간의 골퍼 인생을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장정은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한화골프단 주최로 열린 은퇴식에서 "그동안 행복했다"며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지만 제2의 삶을 살아도 좀 더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투어 생활 중인 2008년 오른쪽 손목부상을 입어 3번이나 수술한 영향이 컸다고말하고,연습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니까 자신감이 없어지고, 저에 대한 실망감이 느껴지자 이때가 그만둬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좀 더 일찍 그만뒀으면 상처를 덜 받았을 것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골프선수로서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같은 부위를 세 번 수술한 저는 자기 관리를 못했다"며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자신의 골프인생에 '3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겼다. 

 

장정은 자신의 골프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아버지인 장석중씨를 꼽았다.

장정은 "골프를 시작할 때, 처음 미국에 갈 때, 지금도 항상 아버지가 옆에 계신다"며 "아버지는 제 남자친구이자 운전기사, 캐디, 코치셨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은퇴 결정은 혼자 내려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장정은 고백했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아버지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상의 안 드리고 마음대로 은퇴를 결정해서 너무나 죄송하다"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부친 장석중씨는 "제 옆에는 항상 장정이 있었고 장정 옆에는 제가 있었는데 은퇴는 상상조차 못했다"며 "저에게 언질을 안 한 게 서운하기도 했다"며 입을 뗐다.

 

처음으로 돌아가도 딸과 함께 골프를 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그는 "섭섭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고맙다고 생각한다"며 "20여 년간 장정 아빠로 살았는데, 이제는 장석중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면서 딸에게 "정말 고맙다"고 강조했다.

 

13세에 골프를 시작한 장정은 여고생이던 1997년 아마추어로서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98년에는 국가대표로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해 2005년 위타빅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두고, 2006년에는 웨그먼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장정은 작은 체구에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등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며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6년에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일본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한·미·일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선수로 기록됐다. 

 

LGPA 투어 무대에서는 2007년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준우승에 그친 것이 아쉬운 순간으로 남지만, 통산 308회 출전해 우승 2회, 톱10 진입 71회의 성적을 올리고 상금도 총 약 665만 달러(약 67억원)를 거뒀다. 

 

장정은 자신의 전성기로 LPGA 투어 첫 승을 거둔 2005년을 꼽았다. 그는 "첫승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며 "골프를 하면서 재미와 성취감, 우승자를 향한 시선, 자만심까지 많은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데뷔 첫해인 2000년 세이프웨이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김미현에게 진 것. 장정은 "그 후 한두달 동안 그때의 꿈을 반복해서 꾸며 '내가 우승했다면 어땠을까, 상황이 바뀌었을까'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파72·6천476야드)에서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을 끝으로 22년 골프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아직 '제2의 삶'을 설계하지는 않았다.  

 

장정은 "아직 결정한 것도, 생각한 것도 없어서 슬이 엄마, 아내, 막내딸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며 "골프만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결국은 골프 관련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LPGA 투어 진출 1.5세대로 불리는 그는 LPGA에 도전장을 내미는 후배들에게 "사실은 제가 그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면서도 "감히 조언을 한다면 당장 주어진 대회가 전부라고 생각지 말고 즐기면서 하면 롱런하지 않을까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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