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재구의 ‘포기할 자유’...“현대인의 욕망의 민낯을 파헤치다”

2025-04-28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3대에 걸친 한 가족의 몰락과 부흥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부조리한 욕망과 나약함, 또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끄는 신간 소설이 출간됐다.

이재구 저자의 첫 장편소설 ‘포기할 자유’는 자본주의 속성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현대인의 잔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특히 반세기에 걸친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통해 오늘의 가족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소설은 정미소 화재로 고향에서 쫓겨난 상준과 평산댁은 자식들을 잘 키워 환고향하겠다는 욕망으로 고달픈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평산댁은 공부를 잘하는 둘째 아들 형남에게 집안의 미래를 건다. 그러나 형편이 좋아지면서 자신의 몫을 더 차지하려는 인간의 속성이 드러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평산댁의 자식들도 예외일 수가 없다. 피보다 이념, 이념보다 돈을 좇는 형제들의 반목과 갈등을 통해서 치유 불가능한 환부를 드러내고 있다. 형제간의 시기와 질투는 이성을 마비시켰고, 거기에 돈까지 더해져서 형제들의 참혹한 전쟁이 시작된다.

동생 형구는 버스 안 잡상인 등으로 밑바닥 삶을 살아가면서 두 동생을 대학까지 졸업시키지만 끝내 형제들에게 회사를 빼앗기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 후 몽골에서 금광 사업으로 재기한 형구는 과거의 배신자들에게 복수를 감행하지만, 결국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저자는 피보다 이념, 이념보다 돈을 좇는 형제들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갈등을 자본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직시한다. 즉, 피를 나눈 가족조차 자본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성의 위기를, 또 가족관계의 진정한 의미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한편, 이재구 저자는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으며, 수천 권의 책을 읽으며 축적한 사유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민낯을 문학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저나는 현재 (사)국경없는학교짓기 회장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등지에 학교를 건립해 제3세계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