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832년 원산도 밟은 조선의 첫 선교사...이재인 소설, ‘귀츨라프’

2025-06-21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신앙의 불모지 조선에 최초의 복음을 전파한 독일 루터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Karl Gützlaff, 1803-1851)가 소설로 재탄생했다. 

장편소설 ‘악어새’로 1980년대 한국 문단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굵직한 획을 그은 이재인 소설가의 신작이다.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베스트셀러 ‘악어새’에 이은 야심작 ‘귀츨라프’ 역사소설로 독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93년 전인 1832년,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를 타고 조선 서해안 원산도에 20여 일간  머물다 떠난 한국 기독교의 첫 서양 선교사를 소설로 소환한 연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조선 땅을 찾아온 한 선교사의 인간적 순수함과 신앙적 거룩함, 또 그와 함께 이 땅에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던 선원들의 발자취의 조명은 한국 선교 역사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는 사명에 응답이며 이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라고 고백한다.

신간 역사소설 ' 귀츨라프'의 저자 이재인 소설가 (사진=신현지 기자)

이에 저자는 순도 높은 감성과 촘촘한 서사로 한국 선교의 초석을 놓은 한 외국 선교사의 지고지순한 신심(信心)을 넘어 인간의 존엄한 가치에 문체의 힘을 가한다.

‘카를 귀츨라프’는 프로이센 출신의 목사로, 한자 이름은 곽실렵(郭實獵)이다. 1826년 루터교 목사가 되어 이듬해인 1827년부터 아시아 지역 선교 활동을 했다. 1828년 런던 선교회의 지원을 받아 태국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해, 1830년 신약과 구약 성서를 타이어로 번역했다.

특히 1832년 영국동인도회사 소속 로드 암허스트호의 의사 겸 통역관으로 중국을 거쳐 조선을 방문한 그는 조선에 감자와 포도주 담그는 법을 알려 주었으며, 감기약을 처방해 호응을 얻어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언어에 뛰어났던 귀츨라프는 한문 성서인 신천성서를 통해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했고, 이후 홍콩으로 돌아가 한글을 연구해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에 소설은 1831년 마카오를 방문해 모리슨과 활동한 그의 여정을 먼저 반추한 데 이어 1832년 영국동인도회사 소속 선장인 휴 해밀튼 린제이(Hugh Hamilton Lindsay)의 배 로드 암허스트호에 의사 겸 통역관으로 승선한 그의 망망대해 항해를 긴장감 있게 펼쳐낸다.

그리고 마침내 조선 서해안 원산도에 도착한 그의 선교 여행을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오늘에 재현한다.

“서기 1823년(순조 32) 7월 5일 아침,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는 청나라 산동성을 거쳐 자태를 뽐내듯이 당당한 모습으로 조선 해역으로 들어섰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로 시작된소설은 1천 톤에 이르는 로드 애머스트호의 당대의 기술력과 조선항구의 탐색, 그리고  처음으로 배를 댄 북한 땅 몽금포에서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쫓겨나 외연도, 녹도, 고대도를 거쳐 원산진에 도착하기까지를 밀도있게 그려낸다.

“비로소 조선 수군과 만난 애머스트호의 귀츨라프 일행들, 조선에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대화와 노력이 시작되는데…”

'귀츨라프'의 저자 이재인 소설가는 1985년 단편소설 '금이빨과 금지구역'으로 등단한 이후 베스트셀러 '악어새' 등 10편의 장편소설과 '오영수 문학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서를 발표하며 월간문학상, 한국평론가협회상, 한국박물관인상, 백제문화예술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정년 퇴임 후, 현재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을 지내고 있으며 한국문학관협회와 한국박물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한편, 이재인 소설 ‘귀츨라프’는 사단법인 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의 후원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