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 2점 국내 기술로 되살려...출국 전 공개

6월 25일~7월 20일 국립고궁박물관 첫 전시

2025-06-23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국외소재문화유산 2점이  국내 기술로 보존처리를 마치고 처음으로 공개된다.

구운몽도 병풍 九雲夢圖 屛風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은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과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을 특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외소재문화유산 특별 공개 전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전시되는 두 점의 병풍은 2023년 10월 국내로 들여와 1년여 기간 동안 보존 처리를 거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미국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1637~1692년)이 지은 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17세기 말에 지어진 ‘구운몽도 병풍’에는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性眞)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인간 세상에 양소유(楊少遊)라는 인물로 환생하여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이 순서대로 담겨있다.

꿈에서 깨어난 성진이 세속적인 성공과 욕망이 모두 꿈과 같음을 깨닫고 수도자로서의 본분으로 돌아가 불도에 정진한다는 소설의 교훈과 더불어, 이상적인 관료의 삶을 누리는 양소유의 모습처럼 부귀와 복락을 기원하는 길상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백동자도 병풍 百童子圖 屛風(사진=국가유산청)

이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의 부모로부터 선물 받아 귀국길에 가져간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딸인 재클린 보이드가 현재의 소장처에 기증했다.

이번 ‘구운몽도 병풍’의 보존처리 과정에서는 그동안 보수되고 변형된 흔적들을 확인했다. 미국으로 반출되기 전 병풍의 보수를 위해 배접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913년 종묘와 관련된 문서를 비롯해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발견됐다.

또한, 소설의 내용과 달리 그림의 배치가 바뀌어 있었고, 장황(粧䌙) 직물도 서양에서 수입된 직물로 교체된 상태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그림의 배치를 바로잡았고, 일부 남아 있던 원래의 직물을 참고하여 병풍 제작 당시의 모습과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했으며 직물의 교체 과정에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일부 그림이 드러날 수 있게 병풍의 각 폭도 2.5cm가량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왼쪽)성진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1폭) (오른쪽)양소유가 용왕의 딸 백능파를 만나는 꿈을 꾸는 장면(6폭)(사진=국가유산청)

미국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은 1970년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덴버미술관에 입수되었는데, 어떤 경위로 우리나라에서 미국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백동자도 병풍은 화려한 전각을 배경으로 장군놀이, 닭싸움, 관리행차, 원숭이놀이, 매화 따기 등을 하는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에는 자손번성에 대한 소망과 관직 등용, 풍요와 번영을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백동자도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길상화로 왕실의 혼례와 궁중 연향에 두루 사용되었고, 민간에도 전해져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다.

이번 보존처리를 위해 병풍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병풍 속 틀에 바른 종이로 일본에서 발행된 1960년 매일신문(每日新聞)이 발견된 것으로 볼 때, 19~20세기에 처음 제작되고 1960년 이후 수리하여 미국으로 반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보존처리 전, ‘백동자도 병풍’은 여러 군데 오염과 결손이 확인되었고, 그림을 덧칠하여 보수한 흔적도 눈에 띄게 남아 있었다”며“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인공안료 덧칠은 최대한 제거하고 새로운 직물로 메웠으며, 19세기 후반 병풍의 색상과 형태를 참고하여 새롭게 장황하여 조선시대 백동자도의 병풍으로 재현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