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세 협상,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 평가받는 시험대

상호관세 15%...트럼프의 마지노선 인가

2025-07-29     윤장섭 기자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OECD 국가들이 하나 둘 미국과 관세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트럼프 정부로 부터 협상 테이블 예약 번호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영업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이 관세 협상에서 밀려나 대응카드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우리기업들에 대한 대미 수출 실적 부재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2주 후로 예고된 반도체에 대한 관세조치는 긴장감 마저 들게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영업맨을 자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트럼프는 일본과 EU 모두 15% 관세에 합의했다.

미국 시장을 두고 우리나라와 경쟁을 펼쳐온 경쟁국 일본과 EU가 우리보다 먼저 한 발 앞서게 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K-제품에 대한 미국인들의 선택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이 일본이나 EU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받아들 경우 수출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이미 관세 쇼크는 2분기부터 가시화된 상태다.

문제는 우리가 일본과 EU처럼 통큰 투자를 약속 할 수 있냐는 것이다. 

EU는 미국에 통큰 파이를 던졌다. 그 결과 트럼프는 예고했던 30%의 상호관세를 15%로 절반으로 낮추고 자동차 품목관세도 25%에서 15%로 조정했다. EU가 트럼프에게 던진 파이는 6000억 달러(약 830조 7000억원)투자 약속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연간 2500억 달러씩, 모두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겠다고 했다. 이런 제안을 마다 할 트럼프가 아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는 일본에게도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자동차 관세도 25%에서 12.5%로 낮췄다. 이에 일본은 농산물·자동차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고 55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런 통큰 제안에 트럼프가 반응을 한 것이고, 일본과 EU도 막대한 대미 추가 투자를 조건으로 15% 관세를 얻어냈다.

트럼프는 한국에 25%의 관세를 예고 했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나 EU와 같은 투자 조건 없이 상호관세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정부가 최대 투자를 약속한다고 해도 상호관세 15%이하를 받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상호관세 15%는 트럼프의 마지노선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우리정부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어떻게 하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세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 25일 예정됐던 2+2 협상이 취소되면서 첫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된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일본과 EU와의 대미 수출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15% 관세율은 우리정부가 어떤 경우라도 해결해야 한다. 15%로 낮춘다고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사실상 제로(0) 관세인 한국산 제품에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미국은 자동차·철강 등에 이어 반도체 품목관세도 2주 뒤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마당이어서 우리 기업들에게는 첩첩산중이다.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만큼 반도체에 고강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악까지는 아닐 지라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영업 이익이 47% 가까이 급감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한국의 미래와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5월부터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25% 관세의 무게는 우리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미국발 관세 압박으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관세 협상은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인 만큼 이재명 정부의 외교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