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영희를 추모하며
안영희 시 막차를 기다리며
2025-09-12 최봄샘 기자
[중앙뉴스= 최한나 기자]
얼마 전 한 시인이 머나먼 나라의 별이 되었다.
그가 어떠한 인격이며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그가 시에 있어서만은 뜨거운 사람이었다는 것은 안다.
이제 그 나라에서는 그가 추구했던 시의 평화, 고아한 시의 향기를 누리며 계시리라 믿고 싶다.
때로 정겹다가가도 시 때문에 부대끼기도 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관계성에서 홀로 고아한 품격의 시인이고자 애쓰던 선생님,
때론 톡톡 쏘는 맛의 고독한 화법과 반면에 호소력 짙은 낭송가로서도 후한 점수를 드리며 다하지 못한 박수 갈채를 이 글로 대신한다.
시인 안영희를 그녀의 시 한 수로 기록해본다.
우리는 모두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므로
안영희 시인의 기다림 막차를 감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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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차를 기다리며 -
안영희
덕촌 마을회관은
창문들이 먼저 눈멀고
빈 정자에서 바라본다
길섶의 집집 마당가
붉은 보라 꽃보라 땅때랭이 절정 꽃밭에
가만 가만 몸 섞으며 내리는 죽음
서로의 이름을 불러 대는 귀소의 새들이
자색을 칠해오는 정적
돌아보는 살구꽃 마을 하늘가에 뜬다
보름달이 뜬다 날 떼밀며
한 사람 삼킨 블랙홀 우주,
지구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