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락의 사과 향기...노회랑서 아홉 번째 초대전 ‘사계’

11월 5일까지

2025-10-17     신현지 기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가을을 맞아 생명력 가득한 사과의 향연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펼쳐졌다. ‘사과 작가’로 유명한 윤병락의 개인전 '사계'가 16일 인사동에서 막을 올렸다.

윤병락의 가을향기 YA 2539, 191.4x81.5cm, Oil on Korean-paper, 2025

이번 전시는 윤 작가의 아홉 번째 초대전으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사과 연작을 중심으로 사계절의 생명력과 회화적 변주를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자작나무판을 잘라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형적인 캔버스 형태가 아닌 사과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변형 캔버스를 제작하고 삼합 장지를 정성스럽게 배접한다. 그 위에 유화를 쌓아 올려 사과를 그려낸다.

한지 위에 그려내는 방식은 안료가 서서히 스며들어 표면에 깊이 있는 질감을 형성하고 사과 특유의 투명한 빛과 생생한 결을 드러낸다. 이렇게 완성된 사과는 궤짝바깥으로 넘실거리며 넘쳐 흐르는 풍요의 정서를 시각화한다.

수십 차례의 밑칠과 섬세한 붓질,색채의 겹겹이 쌓임을 통해 완성된 극사실적인 사과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회화적 탐구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치밀한 공정에서 탄생한 사과는 삶의 충만함과 생명력을 의미하는 상징적 언어이기도 하다.

작가는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사과를 그렸음에도 여전히 밀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조형적 변주를 위해 새로운 구성의 캔버스 형태를 시도한다. 더욱 생생하고 싱그러운 리얼리티와 질감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이처럼 색채의 겹겹이 쌓임을 통해 완성된 극사실적인 사과들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작가의 고향의 기억이자 삶의 원형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과의 빛깔과 질감을 눈에 새기며 자란 그에게 사과는 단순한 과실이 아닌 삶의 동력이 되는 힘이다.

특히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황금빛 사과는 단순한 색채의 변주를 넘어 가을의 풍요, 그리고 귀한 결실을 상징하며 한층 격조 높은 회화적 세계를 드러낸다. 황금빛 사과는 작가 특유의 정밀한 묘사력과 감각적인 색채, 그리고 사과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창적인 시점인 부감시점(俯瞰視點)을 통해 작가 화풍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다.

한편, 노화랑과 윤병락은 2007년 초대전을 시작으로 ‘사과 작가’로 이름을 알리며 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2025년 3월, 뉴욕의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작품이 성공적으로 낙찰되어 이목을 끌었으며,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트아시아델리에 참여해 K-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1993년 제1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한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고금작가회, 심상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