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Z세대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
[중앙뉴스 칼럼= 전대열 대기자]과거에 인간의 생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세대를 구분하는 일이 없었다. 꼭 구분한다고 해도 젊은이와 노인네 정도였지 요즘처럼 X세대, Y세대, Z세대 심지어 알파 세대까지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세대 구별은 없었다.
옛날에는 40세 이상이면 평균연령을 넘어서는 나이였지만 지금은 80세 전후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다 보니 세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되었고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세대 간의 이념 갈등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를 치를 때 투표 성향을 보면 젊은 축은 진보적이고 늙은 축은 보수적이라는 개념이 박혀져 왔지만 요새 한국은 20~30대 젊은이들이 보수화로 바뀌고 40~60대가 진보적이며 70대 이상은 보수라는 신개념으로 변화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예로부터 진보적 이념의 상징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조국의 독립을 외치며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세력은 거개 학생층을 비롯한 젊은 층이었다. 광복 후에도 이승만정권의 부정선거와 부패에 맞서 4.19혁명을 성취한 것은 고교생과 대학생이 주도한 것이었음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신군부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 분연히 일어났던 5.18민주화운동 역시 젊은 학생들이 주동 역할을 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만 그런 게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혁명 또는 민주화운동이 전개될 때에는 반드시 청년 학생의 이름이 맨 먼저 떠올랐다. 그것은 학교라는 테두리가 주는 동행, 동료, 동무라는 한 가족 개념이 한군데로 몰리는 역할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연적인 조직체였기 때문에 단결력도 강하고 내뻗는 힘도 셋다. 이들 학생세대를 가리켜 Z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SNS를 만나 디지털 에이티브 세대라고도 하며 영상콘텐츠 중심으로 의사를 소통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소비하는 성향이 있다. 이들 세대가 중심이 되어 부패한 네팔 정권을 뒤집어 엎었다. 열악한 산악지대의 Z세대가 오직 SNS하나로 거대한 시위대를 지휘하고 뭉치게 만든 것이다. 이 불길은 대륙을 넘어 남미 파라과이와 페루에도 번지고 있으며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정권을 붕괴시켰다.
모로코도 Z세대의 거침없는 봉기에 언제 정권이 무너질지 모르는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한국의 4.19혁명이 다른 나라의 학생 세대에게 영향을 미쳤던 형국이 재발된 셈이다. 4.19 때는 전화조차 부족했던 처지였지만 외신을 타고 날아간 혁명 소식은 바다와 산을 타고 독재와 부정세력을 타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이들 나라들은 모두 특권층의 부패와 독재정치에 기인한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부패한 정권이 민생을 외면하고 단수와 정전으로 국민의 생활 자체를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인구의 80% 이상이 하루 2달러도 못되는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교육 기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에 Z세대가 움직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가 침체하고 청년들의 실업이 급증하자 충격을 받은 세대의 분노가 폭발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분노는 한국에서도 만만찮은 기세로 떠오른다. 한국의 Z세대는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을 뿐 터무니 없는 실업율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상실감과 박탈감이 온몸을 휩싸고 있다. 실업자 청년이 40만을 상회하고 부동산의 폭등은 내 집 마련이라는 미래를 암흑으로 잠기게 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Z세대에게 은근히 접촉한 게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다. 이들은 중국의 갱단이 주동하면서 한국인을 고용하여 실업에 시달리는 한국 청년들을 ‘고액수입’을 미끼로 유혹하는 수법을 쓴다. 대학생 한 사람이 그들 손에 고문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드러나 사건 전모가 떠오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범죄조직은 ‘웬치’라는 이름의 범죄단지를 만들 정도로 대규모화 했으며 캄보디아 상원의원이 권력을 이용하여 그 우두머리에 있으며 경찰력까지 그들의 하수로 일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수법에 말려든 한국 청년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캄보디아에 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전모가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 차이가 같은 평수가 3~4배 또는 그 이상이라는 현실적 모순을 극복하는 부동산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 역시 폭발 일보 직전임을 정부 당국자들이 깨달아야만 한다. Z세대의 분노가 외국의 빈국에서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