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종호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있는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조금은 복잡한 가계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살아온 93년의 시간만큼 복잡하게 얽힌 롯데그룹의 가족사는 경영권 싸움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격호 회장은 3명의 부인과 그 사이에서 4명의 자녀, 2남 2녀를 뒀다. 첫째, 셋째 부인은 한국인이고 신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인 두 번째 부인은 일본인이다.

 

이번 경영 승계의 변수로 꼽히는 장녀,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첫째 부인인 고(故) 노순화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신영자 이사장이 키웠다는 말이 나올 만큼 롯데백화점에서 오래 근무해왔다.

 

현재 왕자의 난 주인공인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는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막내 딸 신유미(32) 롯데호텔 고문은 미스 롯데 출신으로 유명한 탤런트 서미경씨(56)가 낳았다. 당시 연예계를 갑자기 떠나 자취를 감춘 뒤 딸을 낳았는데 37살 나이 차가 화제가 됐었다.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롯데쇼핑·롯데삼강·코리아세븐의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1998년 울산 둔기리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    


롯데가(家)에 휘몰아친 '형제의 난'으로 이들 국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국적은 모두 한국이다. 두 형제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일본 명문인 아오야마가쿠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교 학부 졸업도 마쳤다. 모친인 시케미쓰 하스코(重光初子)의 성을 따 시케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시케미쓰 아키오(重光昭夫)란 일본식 이름을 지니고 있다.

 

두 형제는 한국과 일본 이중 국적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 국적으로 정리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0일 한 방송사와 일본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했을 정도로 한국어에 서툴다. 그는 줄곧 일본 롯데에서 직책을 맡아 일본에서 생활했다.

 

신동빈 회장은 20년 넘게 한국에서 줄곧 경영 활동을 해오면서 한국어 의사소통을 무리 없이 구사하고 있다고 롯데그룹 측은 밝혔다. 다만 어린 시절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 발음이 묻어날 때가 종종 있다.

 

 

동복 형제지만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전 부회장의 성격은 차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반면 차남인 신 회장은 신중하기는 하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적극적으로 밑어붙이는 과감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의 성격 차이는 사업 방식에서도 나타나 신 회장이 출발이 늦었던 한국 롯데그룹을 매출 83조원(2013년 기준)의 '유통 공룡'으로 키우는 사이 일본 롯데는 5조 7천억원 매출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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