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현대아파트 안에 재건축 설명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주요 재건축 단지마다 투자수요가 줄을 늘어서고 한달에 수십건 거래가 이뤄지면서 호가가 치솟고 있다. 서울시내에 집을 지을 만한 가용 택지는 부족한데 서울 요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대거 몰려드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이런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2006∼2008년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는 최근 13억7천만원까지 거래됐다. 이는 2006년 12월 최고가인 13억6천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115㎡도 현재 시세가 14억5천만원으로 2006년 최고가였던 14억7천만원에 근접했다.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측이 재건축 후 138㎡를 무상 지급하고 4억원의 현금을 돌려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잠실동 잠실박사 박준 대표는 "가장 큰 면적인 119㎡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형은 10년 전 최고 시세를 넘었거나 육박한 상태"라며 "가격이 많이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상황인데 이번 금리 인하 발표로 매수 문의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도 재건축 투자 바람이 거세다. 양천구가 재건축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진행중인 가운데 3종 일반주거지역이면서 용적률이 낮은 신시가지 7단지에 투자수요들이 몰리고 있다.

 

이 아파트 89㎡는 최근 8억원에 팔리며 약 10년 만에 2006년 11월에 기록한 최고 시세(8억원)를 찍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서울시가 마련중인 압구정 재건축 정비계획안 발표가 8∼9월로 임박하면서 거래가 급증했다.

 

특히 신현대 아파트는 최근 가격이 최고 1억원 가량 단기 급등하면서 전용면적 85㎡의 호가가 16억원까지 올랐다. 2010년 최고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미 지난 4월 7억6천만∼7억7천만원으로 2009년 9월의 최고가(7억5천만원)를 경신했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36㎡는 현재 호가가 8억5천만원으로 한달여 만에 또다시 8천만∼9천만원 상승했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개포 2단지(래미안블레스티지)에 이어 일원 현대(래미안 루체하임) 아파트 일반분양분마저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에 성공하자 집주인들이 계속해서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 매수세가 주춤할 만도 한데 금리마저 인하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두느니 재건축 단지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금리 인하 발표로 매수 문의가 증가했다. 주공3단지 102㎡는 현재 7억9천만∼8억원을 호가한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지난달에도 평소의 2배 수준인 40∼50건이 거래될 정도로 매매가 많았는데 금리 인하 발표 직후 당일에만 2∼3건의 매매계약이 이뤄지는 등 매수·매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분양될 강남 개포 주공3단지 '디 에이치'의 일반분양분도 고분양가로 나올 전망이어서 인근 단지나 재건축의 시세가 쉽게 가격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건축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7월말 개포 주공3단지 분양이 마무리되면 한동안 고분양가 아파트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에는 재건축 상승세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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