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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다

   김병기

 

섬진강 시인은

어느 날이란 말 좋아 시를 지었다지만

나는 설렌다는 말이 좋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들꽃처럼 피어나는 감미로운 밀어,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그 말!

 

바람 불면 바람을 맞고

비 오면 비를 맞고, 눈 내리면 눈을 맞으며

언제나 그 길모퉁이에 서있었다

뒤돌아보면

너로 인해 지난날들도 그렇게 설레었다

 

나는 설렌다는 말 참 좋다

동무야

너도 그러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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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12월은 늘 셀레는 달이었다. 교회에 안다니던 아이들이 교회에 가는 달 겨울방학이 있어서 즐거운 달, 하지만 지금은 설레고 싶지만 설레는 일이 없다. 내 가슴이 너무 단단하게 철이 든 것일까? 금년엔 더욱 더 굳어버린 가슴이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러할 것이다.

 설렌다는 말처럼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말이 있을까? '인간에게 가슴 뛰는 일이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설레던 추억 한 두 자락쯤은 있을 터, 요즘 정말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일이 또 생기기나 할까? 며칠 전 첫눈이 펑펑 내렸어도 감동할 일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이 계절이 야속했다.

  첫출근, 첫만남 첫사랑 결혼 첫아이 ... 그리고 자신이 염원하던 자리에 섰을 때 설렘으로 새 각오를 다짐하기도 한다. 저마다 설레던 첫 발자국과 그 초심을 기억한다면 보다 더 살만할 세상이 될 것이다. 시국이 이렇게 아수라장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위 시의 화자도 시 앞에서 붉게 뛰는 심장이 있어서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 설레임이 있는 한 향기로운 시인으로 살아갈 것을 믿는다. 잠시 어지러운 마음 내려놓고 설레던 시절 또는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은 광장을 메우던 목쉰 외침 잠시 내려놓고 설레는 그 무엇인가를 그려보자. 예년에 그랬듯이 12월, 설레는 일상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기를 소망하며...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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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시인/

2001년 <문예사조> 등단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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