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기연 기자]법무부가 15일 내놓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정부안이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이하 개혁위안)과 비교해 공수처의 힘을 지나치게 빼놓았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우선 외견상 수사인력 규모가 대폭 줄었다. 법무부안은 처·차장을 포함한 수사인력을 55명까지 둘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개혁위안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규모다.

 

이는 매머드급 공수처 출범 우려를 불식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른바 '슈퍼 공수처' 논란을 고려해 규모와 권한을 줄였으나, 검찰의 특수부 인원을 고려해 3개팀을 꾸려 효과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막강한 권한을 고려할 때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직 규모의 '양적 축소'보다 수사권한의 '질적 축소'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낸다.

 

우선 공수처가 수사나 재판 도중 인지한 '관련범죄'의 의미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개혁위안은 '고위공직자범죄 등의 수사 또는 공소 중에 인지된 범죄'를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관련범죄에 포함했다.

 

반면 법무부안은 '고위공직자 직무범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직접 관련범죄'라고 규정해 '직접'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수사 도중 인지해 파헤치는 사건 범위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사 도중 인지된 범죄가 수사 대상이 되는지는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 수사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1심 재판 중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인지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특검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직접 관련성'이라는 좁고 추상적이며 애매모호한 요건을 추가해 인지 수사가 매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안대로 확정할 경우 공수처의 인지 수사는 사실상 길이 막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의 범죄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공수처의 권한을 대폭 줄인 것에도 법조계에선 우려의 시각을 보인다.개혁위안은 공수처가 검사 및 경찰 고위직(경무관급 이상)의 범죄를 별도로 '수사기관공직자범죄'로 규정해 이들의 모든 범죄를 수사 범위에 포함했다. 이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였다.

 

반면 법무부안에서는 이런 구분이 사라졌다. 검사도 다른 고위공직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직무범죄 등 특정범죄만 수사 대상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는 검사의 특정범죄만 수사할 수 있고, 검찰은 공수처 검사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공수처와 검찰 간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수처 검사 임기를 6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인다. 검사의 임기가 공수처장(3년)과 같게 되면 공수처 검사의 신분 안정성이 떨어져 정치적 중립성 유지는 물론, 유능한 검사·수사관 영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안을 보면 검찰이 유지해온 지위와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법무부는 지난달 18일 개혁위 권고안 제시 이후 차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무부안 마련 작업을 해왔다.

 

법무부가 정부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법안 처리는 '산 넘어 산'일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가 '옥상옥'이라며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고 반대해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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