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전원 사임의사 밝혀… 향후 재판 차질 불가피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치라는 미명하에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치라는 미명하에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구속된 이후 주 4회씩 재판을 받는 등 지난 6개월이라는 기간은 참담하고 비참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으며 그로 인해서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저를 믿어주고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했던 기업인들이 재판 받는 걸 지켜보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저는 롯데나 SK 등 재임 기간 중 그 어떤 기업에게도 부정한 청탁을 요구하거나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재판 을 통해서 이미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구속 시한 연장에 대해서도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이 종료되는 날이었지만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수긍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유감을 표했다.

 

끝으로 "법치의 미명하에 이뤄진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게되길 바란다"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밝히며 법원에 사임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며 더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하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만약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의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할 경우 방어권 행사에 차질이 예상되며 심리할 사항이 많은 이 사건 재판 진행에도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이에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서 변호인단 사임여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도 외적 고려 없이 이뤄졌다"면서 "필요적(필수적) 변론(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서 변호인이 전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만약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뇌물수수 등 혐의만 18개에 달해 변호인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재판 차질은 불가피하다. 10만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 검토 등에 새로 들여야 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법원은 다음 기일인 19일까지 변호인들이 사임서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때는 국선 변호사를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이어갈 경우 심리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연내 선고는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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