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유신 시절의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오후 긴급 조치 및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오종상 씨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모든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뿐만아니라, 긴급조치 자체에 대해서도 위헌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긴급조치는 국회의결을 거친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권은 대법원에 속한다.”라며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상으로도 위헌이다.”라고 밝혔다.

17일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법원이 국가권력이 더 이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써 민주당은 환영한다.”라며 “그러나 아직도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의 의한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가 진행 중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사법부가 권력 앞에 굳건히 서야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권련기관들의 권한남용을 제한하고 국민들의 기본권 수호에 앞장서줄 것”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도 “역사적 심판이 법적으로 재확인된 것으로 사필귀정”이라면서 “12.8 의회쿠데타를 감행한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완전히 유린하고 독재로 완벽하게 회귀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어제 대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걸핏하면 공권력을 동원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며, 작은 기자회견조차도 집시법으로 걸고, 정권에 대한 비판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박정희 독재의 긴급조치1호 보다 더 혹독한 독재적 조치가 횡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도 “독재정권에 의해 전 국민의 입이 재갈 물리고 기본권을 박탈당했던 어두운 역사의 질곡을 이제라도 위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심재옥 대변인은 “유신독재정권 하에서 긴급조치는 국민들이 유신헌법에 대한 언급은 물론 정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날선 칼”이라며 “독재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와 국민들의 기본권 박탈행위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심사건은, 오종상 씨가 지난 1974년 5월에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방공웅변대회에 참가 여학생과 콩분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오 씨가 “정부가 분식을 장려하는데, 고관들과 부유층은 국수는 조금 넣고 계란과 고기가 많이 섞인 분식을 하는데 어떻게 국민이 정부 시책에 순응하겠냐.”라며 불만을 털어놨는데 그 여학생이 학교 교사에게 제보를 하고 교사가 신고를 해서 중앙정보부에 체포되어 고문도 받고 실형 3년을 살았던 사건이다.

한편, 긴급조치는 1972년 선포된 유신헌법에 따라서 1974년 1호부터 9호까지 발동되었는데, 그 당시를 이른바 ‘긴조시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신헌법에 따르면 ‘천재지변, 재정, 경제상 위기, 국가 안전보장, 공공의 안녕 질서가 위헙 받는 상황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 정지하는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 유포 행위 등을 금지 했고, 2호는 긴급조치 위반사건은 비상군법회의에 심판하도록 하는 내용이며, 5호는 고려대학교 휴교령 등 이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