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바캉스를 남자친구와 다녀온 A양은 요즘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이다. 속이 미식거리면서 소화가 잘 안 되고, 냉이 많아지고 유방 통증이 심해지면서 매사에 피곤하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월경전 증상이려니 하다가 혹시 바캉스 때 임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진 A양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임신 초기 증상은 평소보다 훨씬 피곤하고 질 분비물이 늘어나며, 유방이 부푸는 등 월경전증후군의 여러 증상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생리가 시작되고 나면 임신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생리가 평소보다 늦추어진다거나 소량의 출혈만 있을 때는 착상혈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많다. 따라서 당사자는 임신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2~3주간 마음을 졸이는 경우가 많다.

임신 초기 증상과 월경전증후군(PMS)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손효돈 위원(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손효돈 위원은 사례로 든 A양의 경우, 마지막 생리일과 생리주기를 감안해 배란기에 관계를 가졌고 생리예정일 이후에도 아직 생리가 없다면, 어떤 피임방법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임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입덧 등 임신 초기 반응은 평균적으로 임신 6주(수정일로부터 4주), 매우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도 임신 4주 이상 지나야 나타나므로, 현 증상만으로 임신을 판단하기 또한 이르다. 따라서 증상만으로는 임신인지 알 수 없으므로, A양은 1주일 정도 더 기다려본 후 기상 후 첫 소변을 이용하는 임신시약으로 임신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증상만으로 구분 어려워, 평소 철저히 피임하고 임신테스터로 확인해야

실제로 임신초기 증상과 생리전 증상의 명확한 구별은 사실 어렵다. 다만 시기적으로 보아 생리전 증상은 임신초기 증상 보다는 최소한 1-2 주일 정도 일찍 느끼는 점으로 구별에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다. 물론 생리가 늦어질 경우는 예외이지만 생리전 증상은 배란 후 2주 이내에 느끼게 되는데 반해서 임신초기 증상은 평균적으로 배란일(수정일)에서 최소한 2-3주 이후에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증상의 심한 정도에 있어서도 생리전 증상은 임신초기 증상보다는 조금 더 경미한 점도 구별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손효돈 위원에 따르면 진료현장에서도 불규칙한 생리주기 등 생리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서 임신이 아닌지 불안해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한다. 특히 생리전증후군, 심한 생리통 등 복합적인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경우, 길게는 한 달 중 보름 가까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결국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주위 사람들과의 불화는 물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긋지긋한 생리의 짐을 가볍게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리 시작 첫날부터 먹는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피임 걱정은 물론, 생리 트러블도 한결 편안하게 개선된다. 외국에서는 월경전증후군과 생리통, 생리주기의 조절을 위해 먹는 피임약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임약 장기 복용 시 원하는 시기에 임신이 어려울까 하는 우려 때문에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여성들도 많다. 손효돈 위원은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더라도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임신능력은 곧 회복되므로, 그런 걱정은 근거가 없으며, 피임약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생리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여성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존 피임약 복용 시 체중 증가와 여드름 문제가 있었던 여성들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피임약도 나와 있어, 이전에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포기한 경우라도 산부인과 처방을 받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손효돈 위원은 자신의 증상이 월경전 증후군이 맞는지 또 어떤 증상 위주로 불편한지,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 후 피임약을 선택해야 더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피임약을 처음 복용하는 여성이나 흡연 여성이라면 산부인과 의사를 먼저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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