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영업정지, 제대로 두둘겨야 

올해들어 KT는 번호이동으로 18만 명 가량의 가입자가 타 이동통신사로 빠져나갔다. '영업정지'의 단골손님으로 꼽혔던 KT가 이번엔 단독 영업정지를 당해 하반기 실적전망에 비상이 걸렸다. KT는 7일동안 영업을 할 수 없으며 특히 방통위는 KT가 보조금 경쟁의 주도자라고 본 것이다.

방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3사에 과징금 총 669.6억원을 부과하고 주도사업자로 알려진 KT에게 7일의 영업정지를 부과키로 의결했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SK텔레콤 364.6억원, KT 202.4억원, LG유플러스 102.6억원 등 총 669.6억원이다.

최근 KT는 LTE-A 경쟁에서 뒤쳐지고, 주파수 경매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놓인 데 이어 영업전선에서도 치명타를 맞게 된 셈이다.

19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한국통신자연합회 자료를 토대로 통신3사의 번호이동 실적을 조사한 데 따르면 KT는 지난해 1월초부터 올해 6월말까지 총 66만9천958명의 가입자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2만1천131명을 잃은 데 이어 2분기에는 19만5천493명이 빠져 나갔고, 이후에도 매 분기마다 9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빼았겼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가 87만6천30명을 얻은 것에 비하면 150만 명의 차이를 보인 셈이다. SK텔레콤이 20만 명을 잃은 것에 비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3사가 번갈아가며 영업정지를 맞은 올 상반기에도 KT가 최대 피해자가 됐다. 상반기 번호이동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34만여 명의 가입자를 얻은 반면, KT와 SKT는 각각 17만9천여 명과 16만2천여 명을 잃었다.

KT의 영업정지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해당 제재는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3일까지 영업정지 기간과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과열 기간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린 조치다.

그러나 KT 주가는 도리어 1.62%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한때는 3% 넘게 오르기도 했다. 사실상 투자자들은 영업정지 처분이 악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19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KT의 일평균 신규 가입자수는 전국적으로 1만6000여명 정도다. 7일간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모집하지 못하는 가입자는 9만~10만명 정도다. 1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KT의 시장점유율은 약 0.2% 감소한다.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KT는 1월부터 5월까지 7만6000여명의 고객을 잃었다. 알뜰폰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잃은 고객은 30만명 이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KT의 영업력은 이미 상당히 노쇄해져 있다"며 "영업정지 기간엔 쉬다가, 8월에 1.8GHz 인접 주파수를 KT가 할당받으면 그때부터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 모으기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총알(보조금 집행 자금)을 모았다가 8월 이후에 쓰면 된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영업정지 기간이 휴가철이란 점도 KT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KT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는데, 이때는 원래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지 않는 시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9월 이후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 LG전자의 G2, 아이폰5S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소비자 관심이 높은 주력 폰이 출시되기 한두달 전인 만큼 애초에 과열 경쟁이 빚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KT의 "영업정지 기간이 원래는 10~15일 거론되다 7일로 결정됐고, 시기도 휴가 극성수기인 만큼 실제로 받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SK텔레콤(017670) (226,500원▲ 3,500 1.57%), LG유플러스(032640) (12,950원▼ 50 -0.38%)가 KT 영업정지 기간에 과열 경쟁을 촉발시키며 방통위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고 자숙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휴대폰 3사중에서 유독 KT 만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방통위가 3사중에서도 KT를 언제든지 들여다보고 영업정지 카드를 들이밀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앞으로는 보조금 경쟁이 불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영업정지를 받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론 경쟁 완화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방통위는 이번 제재 이후로도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바로 과징금 및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또 "방통위는 이미 6월 보조금 시장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며 "향후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3월 전체회의에서 예전처럼 이동통신 3사를 모두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1개의 주도사업자를 선정해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와의 협의 하에 [전체 위반율], [위반율 높은 일수], [번호이동 위반율], [전체 평균보조금], [위반 평균보조금], [자료 불일치 정도], 등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벌점을 산정해 이번에 보조금 주도 사업자를 가려냈다. 그 결과 KT는 97점, LG U+ 52점, SK텔레콤 32점으로 각각 나타나 방통위는 KT를 주도사업자로 판단해 7일간 영업정지를 내렸으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기왕 벌칙을 주려면 제대로 두둘겨야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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