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연정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31%를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즉, 조선 3사 임원 262명 가운데 81명을 감축한 것이다.

 

이번 임원인사는 지난 12일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본부장 회의를 열고 임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은 지 나흘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262명에 달하는 전 계열사 임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뒤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인사 배경에 대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며 "조직을 슬림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생산과 영업을 강화해 기본에 충실하자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10~15% 선에서 임원을 퇴진시켜왔다. 이번엔 예년에 비해 2~3배 수준으로 임원들을 정리한 셈이다.

 

하경진(60)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과 문종박(57)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사장은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이성조 현대중공업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 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32)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은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로 승진했다. 따라서 향후 경영전반에 걸쳐 정 전 의원의 입김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역사상 첫 생산직 출신 임원도 나왔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열 기정(技正)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노 상무보는 1974년 7급 기사로 입사해 조선소 현장에서 선박품질 부분에서만 40년을 근무한 이 분야 전문가다.

 

재계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고, 장남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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