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태호 최고의원, 발언 번복이냐 사퇴 강행이냐 두고 고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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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의원.

 

김태호(김해 을)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2일 만에 발언을 번복하고 최고위원직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후 사퇴 번복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당내 지도부의 요청으로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상으로는 김무성 당 대표와 지도부의 공식 요청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이지만, 발언 번복이냐 사퇴 강행이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꼼수를 쓰거나 계산해서 행동해본 적이 없다. 저의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며 사퇴 선언을 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다.이어 김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치에 대표는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을 통탄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경제살리기와 개헌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하는 등 자신의 진정성에대한 이해를 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복귀를 공식 선언한 후 "경제도 살리고 개헌도 살리는 길이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길을 가겠다.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태호 최고위원 복귀 기자회견문 전문
 
"다시 한 번 도전하겠습니다." 먼저, 저를 사랑하고 걱정해 주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안중근 의사입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꼼수를 쓰거나 계산해서 행동해본 적이 없습니다.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가지 않았고, 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았습니다.이런 믿음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정치의 본질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책임은 변명일 뿐입니다.저의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그건 절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대표는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을 통탄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습니다.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 시 저는 '개헌'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습니다.기회 있을 때마다 "낡고 철이 지난 옷을 이제는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고 민생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 살리기' 또한, 저의 흔들림 없는 신념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말 그대로 계란을 쌓아 놓은 것과 같은 위기상황입니다.경쟁국들은 우리를 추월하고 있고, IMF사태나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고 국민은 아우성입니다.

 

정치권은 편을 갈라 발목 잡기에 바쁩니다.지독한 진영논리가 우리 미래의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안 되겠다 싶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여·야가 뜻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올인 한 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개헌을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입니다.

 

저의 사퇴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절박한 심정의 표현입니다.그동안 제가 한 말들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모두 나와 있습니다.그렇지만, 정치권의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민생은 뒷전인 채 여·야 간, 당·청 간의 갈등만 거세질 뿐이었습니다.꼭 먹어봐야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습니까?'경제살리기'는 물론이고, '개헌' 또한 물 건너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약속한 공약이 물거품이 될 운명인데, 행동하지 않고 최고위원직을 누린다는 것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와도 맞지 않았습니다.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누군가가 저의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었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저는 복귀합니다.당 지도부, 중진, 선배, 동료 의원과 저를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이 저의 문제의식을 공감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당의 혁신과 쇄신,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지도부에 남아서 더 강력하게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경제도 살리고 개헌도 살리는 길이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길을 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에 대한 신뢰와 공약을 지키고자 제 모든 것을 던지겠습니다.

 

'경제살리기와 개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부딪치고 설득하고 싸워보겠습니다.

 

앞으로 경제 살리기와 개헌 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몇 가지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경제를 죽이는 개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제 살리기가 개헌의 필요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둘째, 계파중심이나 정략중심의 개헌이 아니라 국민중심의 개헌이 이뤄져야 합니다.

셋째, 개헌을 졸속으로 단기간에 매듭지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개헌을 해야 합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국민의 기본권을 새롭게 정립하고,▲실질적인 분권을 위한 지방자치 제도도 혁신해야 하며,▲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할 선거 제도도 손을 봐야 합니다.▲평화 통일에 대비한 통일 헌법 초석을 만들어야 하고,▲여성의 대표성을 제고시켜 실질적인 양성 평등이 이뤄질 수 있는 미래 지향의 개헌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호소를 드립니다.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해서 경제 활성화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지금 국회의 모습으로는 개헌을 할 수도, 할 자격도 없습니다.

 

덧셈, 뺄셈도 못하면서 고차방정식을 풀겠다고 하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입니다.이번 정기국회에서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경제를 살린 다음 개헌을 논의한다면 국민도, 대통령께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봤습니다.정치는 신뢰이고 책임입니다.약속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치현실 때문에 국민의 불신과 분노만 키워왔다는 사실을 우리 정치인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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