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3년차로 접어드는 2015년에는 여야 잠룡(潛龍)들이 차기 대권고지를 향해 서서히 몸풀기에 나설 전망이다.

 

아직 정권이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 차기 대권을 점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여든 야든 독보적 후보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잠재 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군웅할거' = 과거 이회창 대세론(2002년 대선)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간 피를 말렸던 경쟁(2007년), 박근혜 대세론(2012년)과 같은 흥행 요소가 없어 고심 중이다. 

대세를 장악하거나 여론조사상 선두를 확고히하는 주자가 없는 가운데 올해 정국에서 정치력을 보여주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사람이 대선 후보 티켓으로 성큼 다가설 전망이다.

 

2013년 4·24 재선거를 통해 여의도로 다시 돌아온 김무성 대표는 낮은 행보를 계속하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며 여권내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구랍 30일 대규모 회동을 열어 김 대표에 대한 조직적 공세에 나선 게 변수이다.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당내 파워게임에 어떻게 대처하며,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좌우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경기지사에서 물러난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은 당내 존재감을 복원하고 대중으로 들어가며 '당심'과 '민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전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에 패배한 후 와신상담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정치권에 거리를 둔 채 외교 분야와, 경영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의 해법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정 전 의원은 대선 전초전이 될 2016년 총선에서 각각 대구와 서울 종로 출마설도 나온다. 원외에 머물러 있을 경우 정치 활동에 제약이 적지 않다는 게 이유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방 도백의 한계를 넘어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중단 등의 조치로 중앙 정치까지 들썩거리게 했다. 당 대표 시절부터 남달랐던 '이슈 메이커'로서의 면모를 새해에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 자문단 일원으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중장기 개발 계획과 환경·도시 행정 개선 등을 도운 뒤 1월 귀국해 국내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잠재적 대권주자로 통하지만 첫 번째 임기인 만큼 새해에는 무엇보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삼국지' =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장고 끝에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대권 플랜을 가동했다.  

 

대선 패배 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실 책임론까지 나오며 수세에 몰렸던 문 의원이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은 만큼 새해에는 최전선에서 목소리 톤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경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배수진을 친 만큼 20대 총선의 새정치연합 성적표가 대선 재도전 입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낮은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고, '신당 창당설'까지 불거져 나온 야권의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문 의원의 대권 가도를 판가름 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 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하고 공동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최대 시련기를 맞았다.  

 

그동안 의정 활동과 지역구를 관리하며 암중모색한 그는 올해 반전의 계기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거물급인 정몽준 전 의원을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지난 2011년 안철수 의원의 도움을 받아 당선됐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의 발판도 마련했다.

 

박 시장은 여의도 정가에는 한 발짝 떨어진 채 조용히 행정력을 발휘해 착실히 점수를 따고 있는 경우다.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민인권헌장 채택이 무산된 점은 대권 도전 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재선에 성공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경험 부족을 극복해 차세대 리더로서 무게감을 더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작년 7·30 재보선에서 재기를 꿈꿨으나 새누리당의 정치 신인급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이어서 컴백 가능성은 낮다.

 

◇여론조사에서는 반기문 총장 선두 = '반기문 대망론'도 변수다.

새누리당 내 친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처음 불거졌지만 야당 후보로의 출마설도 흘러나오면서 '비상장 대권주'임에도 불구하고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정작 본인은 부인하고 있으나, 세간의 관심은 떠나지 않고 있다. 

 

오는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다하는 만큼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여론조사에 나타난 반기문 지지가 실력인지 거품인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 조사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로 반기문 총장이 38.7%를 얻어 1위를 기록했으며, 문재인 의원(9.8%), 박원순 시장(7.4%), 김문수 위원장(4.2%), 김무성 대표(4.0%), 안철수 의원(3.8%), 정몽준 전 의원(4.4%), 홍준표 지사(4.0%), 안희정 지사(2.9%) 등이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천1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조사해 1일 공개했으며,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은 ±3.08%p다.  

 

또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반기문(24.4%), 박원순(12.0%), 문재인(10.6%), 김문수(5.7%), 안철수(5.3%), 김무성(4.4%), 정몽준(3.5%), 안희정(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조사해 1일 공개했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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