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 9위의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고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데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해외진출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51.2%가 수출경쟁력이 ‘중위권’이라고 응답해 ‘상위권’이라는 응답(41.1%)보다 많게 나타났다. ‘하위권’이라는 응답도 7.7%였다.

현지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점유율이 ‘3위권밖’이라는 응답업체는 79.6%였으며, ‘3위권내’라는 응답은 20.4%였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8%, 전체 GDP의 54%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3%에 그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중위권 수준인 수출경쟁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는 응답업체의 62.3%가 ‘품질’을 손꼽아 기술이나 디자인 등의 비가격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나타났다. ‘가격’이라는 응답은 32.7%, ‘현지화전략’은 5.0%였다.

수출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상대로는 ‘중국기업’이라는 응답이 32.7%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한국기업’이라는 응답도 19.2%로 나타나 해외시장에서도 국내기업간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기업(15.4%)과 일본기업(12.7%)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주로 하는 지역으로는 중국·인도 등 ‘신흥개도국’이 59.7%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35.8%였다. (‘저개발국’은 4.5%) 또한 해외투자를 하는 목적으로는 응답업체의 66.3%가 ‘현지 및 주변국 시장진출’을 꼽았고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라는 응답은 26.5%, ‘기술제휴 및 협력’이라는 응답은 7.2%였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한 애로를 묻는 설문에 대해 ‘해외시장진출 관련 정보의 부족’(38.3%)을 손꼽았고 ‘현지시장의 각종규제’(28.9%), ‘환율불안’(2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서울소재 기계류제조업체인 K사는 최근 중동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바이어의 신용도를 확인하지 못해 수출보험에 가입했으나 수출보험의 보장비율이 30%에 불과해 수출해 놓고도 불안해하고 있다. K사의 대표는 “만약 바이어가 수출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30%밖에 받지 못하니 수출하는 것이 거의 도박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정부 지원제도 활용도가 낮게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는 중소기업은 28.0%에 불과했으며, ‘이용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72.0%(제조업체 68.1%, 서비스업체 83.8%)였다.

이와 관련 응답업체의 51.9%는 ‘어떤 지원제도가 있는지 잘 모른다’고 답해 지원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관심도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도움되는 지원제도가 별로 없다’는 응답이 29.2%였으며, ‘지원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응답은 13.0%였다.

‘도움되는 지원제도가 별로 없다’는 응답과 관련해 대한상의는 현재 시행되는 수출지원제도를 분석해 본 결과 서비스 업종에 대한 지원제도가 크게 부족했다고 밝혔다. 전체 지원제도 79개 중 37개(46.8%)가 지원대상을 제조업으로 한정하고 있었고, 서비스업종을 지원대상으로 명시한 경우는 12개(15.2%)에 그쳤으며, 나머지 30개(38%)는 업종제한이 없었으나 제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실제로 경기도 소재 엔지니어링업체인 J사는 최근 동남아지역 진출을 위해 소요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은행은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정부지원기관은 지원대상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J사 대표는 “서비스업종의 경우 자산이 없어 담보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출 비중은 전체의 15.1%(2008년)로 미국(29.9%), 영국(38.2%), 프랑스(21.4%)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세계평균(19.4%)에 비해서도 낮다면서 서비스 수출에 대한 정책관심과 지원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지원제도 이용경험이 있는 업체들은 ‘어떤 지원제도의 활용효과가 가장 컸느냐’는 설문에 대해 ‘해외전시회, 시장개척단 등 해외마케팅 지원’(50.0%), ‘수출·해외투자 관련 금융지원’(27.4%), ‘국가별 투자환경, 바이어 알선 등 정보제공’(14.3%) 등의 순으로 꼽았다.

또한 응답중소기업들은 ‘해외진출에 가장 도움되는 국가이미지 제고활동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대해 55.7%가 ‘월드컵 등 국제행사의 개최·참여’를 손꼽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유리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성장이 촉진되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현재와 같이 내수시장에 머물러서는 회사를 키우기 힘들다”면서 “중소기업, 특히 내수 및 서비스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활성화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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