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國政監査, 그리고‘보름달 민심’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지나니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온마져 느껴진다. 절기의 흐름은 자연과의 약속이다. 여의도 정가 역시 이미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싸늘한 기온마져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이 말하는 이번 국감의 관전 포인트는 경제(經濟)와 안보(安保)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감사이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여야 의원들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각오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특히 의원들 각자는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내야하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경연장이라는 것 때문에 여야를 불문하고 치열한 기싸움이 예견되고 있고 곳곳에서 이미 난타전이 벌어지는 등 국감 '정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여야 의원들 모두는 이번 정기국회 국감장에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스타의원이 되고 싶어한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기간에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26~29일)가 끼어 있어 정치권이 더 긴장 할 수 밖에 없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형제,자매,친척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정치를 화두삼아 술잔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 유권자들인 이들의 눈과 귀는 당연히 정치권을 향하게 된다. 여야 의원들 모두는‘보름달 민심’잡기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정감사제도는 제헌헌법부때 도입 됬다가 유신과 5공 때에 사라졌다.하지만 국회는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하여 국정감사제도를 부활시켜 국회의 기능중에서 대표되는 핵심기능으로서의 책인을 다하고 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실시되는 국정조사와 달리 특정시기에 연례적으로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로서 감시의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전․후반으로 나눠 실시하는 국정감사는 어느해보다 감사기간이 길고 피감 기관수도 현재까지 결정된 숫자만 779개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정부기관과 산하 공공기관 등 700여개가 넘는 피감기관에 대해 감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수박 겉핥기 감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혹평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국정감사가 민주화의 상징이라며 애써 위로해보지만 국정감사 시즌마다 국정감사에 대한 회의론 내지 무용론이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수 없다.의원들의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도 문제다.

무더기성 자료요구로 수감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언론을 의식한 이벤트성 퍼포먼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위 먹튀 의원들도 있다. 특히, 많은 기업대표 증인을 신청하여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평소에 미운털이 배긴 기업인을 망신주기 위한 목적으로

과도하게  국정감사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국회업무 담당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가을이다. 국정감사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인식전환과 각고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재벌 대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미 한바탕 육탄전 까지 치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8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갖는 등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결전 채비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이번 국감의 최대 과제를 '민생국감' '경제국감' '정책국감'으로 정하고 상임위별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에 들어갔고 여당과 맞서는 새정치연합은 4대 기조 10대 과제를 설정하고 민생국감, 상생국감, 인권회생국감, 민족공생국감을 위해 당 정책위에서 상임위별로 집중적으로 다룰 의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국감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현안을 부각시켜 집권을 준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다짐에도 이번 국감 역시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빙자해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소환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을 국회로 호출해 군기를 잡고 망신을 주는 ‘호통 국감’‘기업 길들이기 국감’은 지금까지 국정감사 때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으나 이제 더이상 여의도 정가에서 사라져야 한다.

 

1년에 대목장사 하듯 기업인을 상대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의원들도 있다.불안해 하는 기업인을 증인에서 빼주겠다는 조건으로 지역구의 민원을 챙기고 향응까지 받는 의원들이 더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우리헌법 제61조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62조는 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은 국회나 그 위원회에 출석해 국정 처리 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인은 포함돼 있지 않다. 기업은 국정감사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인이 불미스러운 국정 운영에 관련돼 있다면 그 조사는 검찰의 몫이 되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당사자인 기업이 책임을 지는 성숙한 기업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민간 부문에 대한 국정감사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고도 해야 한다. 의원들은 국회의 기능인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권리를 국가가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 삼권분립의 정신이다.

 

국회가 국회다워지고, 국정감사가 정책감사의 장이 되어야 한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이번 정기국회 국감도 어느 쪽이 웃을지 궁굼하다. 그리고 산 넘고 물건너 험산령을 넘는 쪽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추석 보름달 민심’을 품을수 있기에 더욱 국감이 기다려 진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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