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희 기자


 

아귀 손질법

  최세라

 

 아귀 한 마리의 입을 찢어 이마까지 뒤집어 깐다. 다시 입을 퉁퉁한 배까지 내리고 그것을 또 꼬리지느러미 끝까지 내린다 아귀는 배가 수미산만 하고 목구멍이 바늘 같다고 했지 아귀의 목구멍에서 가시 하나 뽑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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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지만 여운이 뜨겁다. 마지막 목구멍에 박혔던

아픈 한 마디 말을 확 뱉아낸 듯 시원하다고나 할까?

위 시는 금년 발간한 최세라 시인의 첫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에 첫 번째 시로 실려 있는 작품이다.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내면서 마음가짐이기도 했으려니와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결연함이 아닐까 싶었다.

구석구석 먼지 떨어내고 청소하듯 마음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 날이 있다. 미련, 회한과 눈물의 기억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뽑아내고픈 그 무언가가 찌르기도 할 때가 있으니... 내 마음속에 아귀처럼 끈덕지게 달라붙는 그림자, 나만의 십자가를 아귀 손질법에 맡겨본다.

최세라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아귀 손질법 거듭 음미해본다.

 

지금 당신 마음속의 아귀는 무엇인가?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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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서울 출생

<시와 반시> 등단(2011)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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