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한창이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세계 교역 규모가 커지는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지 못하는 현상이 올해 2년째 이어진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은 물량 기준으로 0.0%게 그쳐 정체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올해 세계 교역 신장률은 3.2%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2.3% 증가에 그쳐 IMF가 집계한 세계 교역 신장률(3.3%)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이전 시점까지 통틀어 보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세계 교역 신장률을 밑돈 적은 많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세계 교역 신장률에 뒤진 것은 2001년과 2014년 등 딱 두 번뿐이었다.

 

특히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 교역 신장률을 뛰어넘어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0∼2007년에 세계 교역 신장률은 연평균 7.2%였지만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13.0%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2012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4.4%로 뚝 떨어졌고 이듬해에는 4.5%에 그쳤다.

 

세계 교역 신장률은 2012년 2.8%, 2013년 3.5%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과 세계 교역 신장률 격차가 1.6%포인트, 1.0%포인트로 준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해 세계 교역 신장률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세계 교역 증가세보다 둔화된 것은 철강, 화학, 전기전자 등 수출 주력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한 데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수입대체 전략을 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진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서는 유가 급락으로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중국 시장도 부진해 전체적인 수출 여건이 한층 나빠졌다.

 

이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2010년 이후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내년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KDI는 내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을 1.8%로 점쳤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대외 경쟁력을 강화할 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IMF는 내년 세계 교역 신장률을 4.1%로 전망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교역 위축이 우리나라 주력 제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 교역 성장보다 우리나라 수출이 좋지 않은 모습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본적인 수출 체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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