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의 한 은행창구   


 [중앙뉴스=신주영기자]내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은행 점포 수가 최소한 100곳 이상 줄어든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손님들이 잘 찾지 않아 영업실적이 부진한 점포들이 줄줄이 퇴출운명에 놓인 것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은 내년에 통폐합 방식으로 지점 등 100곳 이상의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내년에 영업범위가 중복된 점포와 저수익 점포를 적극적으로 통폐합하거나 축소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에 우리은행의 958개 점포 중에서 30~40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문 닫게 될 점포의 절반가량은 인구가 밀집한 서울·수도권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최종안이 나오지 않아 유동적이지만 30~40곳 정도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1천169개)를 보유한 NH농협은행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약체 점

포' 20개 정도를 줄일 계획이다.

 

다만 위례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신개발지역과 지방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10곳의 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다.

 

전국에 933곳의 점포를 두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으로 영업범위가 중복된 점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복지역 위주로 영업점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객 편의를 고려해 경쟁은행 대비 최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다음으로 점포 숫자가 많은 KB국민은행(1천134곳)은 지난달 대학가를 중심으로 개설된 출장소 21곳을 정리했다.

 

국민은행은 실적이 좋지 않은 적자 점포를 중심으로 내년에 23곳을 더 줄일 예정이다.

896곳의 점포를 보유한 신한은행은 구체적인 조정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점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거래가 모바일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며 "모바일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을 대상으로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영업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은행 거래의 패러다임이 모바일 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행고객이 누적 기준으로 6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16개 국내은행과 우체국의 스마트폰 뱅킹 등록자 수를 합한 것으로, 한 사람이 여러 은행에 가입한 경우는 중복계산됐다.

 

스마트폰 뱅킹 고객 수는 2013년 말 3천700만명 수준이었다가 작년 1분기에 4천만명, 올 1분기에 5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내년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출범하면 이런 추세는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은행 출범에 대비해 모바일 전문은행을 이미 선보이거나 신설을 검토하는 등 영업방식을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찾는 손님이 줄면서 은행 점포의 입지도 계속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의 중심채널로 부상한 모바일'이라는 보고서에서 "고객의 의존 정도를 보여주는 충성도 측면에서 봤을 때 고객 확대를 위한 마케팅은 영업점보

다 모바일 채널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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